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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약 개발 열풍, 미래 먹거리 될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화이자와 모더나 등 제약회사들이 급성장하며 제약 업계에서도 R&D 규모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제약사인 한미약품·유한양행·종근당 등의 기업들도 최근 잇달아 대규모 수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R&D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이에 현대 신약 개발 산업의 개발 현황과 향후 발전 가능성, 신약 개발로 예상되는 사회 영향 등을 정리해 보았다.

▲ K-바이오 저력, 눈에 띄는 대형 계약은?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은 과거부터 경쟁력 있는 분야이지만, 지난해부터는 대형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오름테라뷰틱·종근당·레고켐바이오에서 연이은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이 체결되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인 오름테라뷰틱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대형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후보 ‘ORM-6151’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계약금만 약 1298억 원이었으며, 단계별 임상시험 성공 이후 받을 것으로 예상된 총금액은 약 2334억 원이다.

당시 오름테라뷰틱은 항암제 작용 기전에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어 같은 달 종근당에서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1조 7000억 원 규모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의 HDAC6 억제제 개발 플랫폼 [종근당 제공]
종근당의 HDAC6 억제제 개발 플랫폼 [종근당 제공]

종근당이 개발한 후보물질 ‘CKD-510’은 세포 내 특정 효소에 작용하는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 희귀 유전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 병의 치료제로 미국에서 임상 1상을 통과한 바 있다.

특히 종근당은 후보물질 개발뿐만 아니라 후보물질이 관여하는 효소 ‘HDAC6’ 전문 플랫폼을 구축해 후보군을 다각화하는 목적을 세운 바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2월 끝자락에 성사된 레고켐바이오와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기술이전 계약은 국내 단일물질 이전 계약 중 최대 규모인 총 2조 2400억 원 규모로 체결됐다.

당시 선지급된 계약금과 단독 개발 권리행사금만 약 3900억 원 규모였으며, 현재 해당 후보물질의 1·2상 임상시험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대규모 계약에는 대부분 개발된 약물의 특수성이 영향을 미치는데, 레고켐바이오의 후보물질 역시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강력한 독성 화학물질을 투여하는 글로벌 트렌드 ‘ADC’ 계열 물질이었다.

▲ 신약 개발의 미래 전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약사들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미래 신약 개발 사업도 점차 대규모화하는 분위기다.

먼저 독일의 대형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약 8조 5492억 원에 달하는 R&D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년 보다 약 14.2% 늘어난 규모이며, 지난해 매출이 약 37조 700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체 매출의 22.5%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업계 최대 규모의 신약 R&D 투자 사례로 꼽힌다.

신약 개발 분야는 대부분 항암제와 면역치료제, 대사질환(CRM), 정신건강 약물로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질환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오는 2030년까지 신약 25개 출시를 목표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를 통해 반도체와 더불어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다목적방사광가속기’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다목적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때 나오는 빛을 관찰해 미세한 입자의 구조를 확인하는 장치로, 점점 더 작아지고 있는 나노 물질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장치다.

현재 개발 중인 가속기는 4세대로, 기존 3세대보다 약 100배 더 강한 빛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총 1조 787억 원이 투입되며, 40기의 빔 라인 중 현재 10기를 건설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예상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예상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신약 개발 이유와 영향은?

최근 신약 개발이 활발이 이루어지는 이유로는 주로 고성능 현미경 및 분자 구조 분석 AI 등기술의 발전이 꼽히지만, 동시에 첨단 의약품의 사업성이 코로나를 거치며 검증됐던 점도 강하게 작용하는 분위기다.

지난 2020년 말 코로나 백신이 첫 사용 허가를 받으면서 화이자와 모더나 등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2019년까지 약 52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던 화이자는 2020년 95%의 매출성장을 기록하며 100조 매출을 달성했고, 이는 2022년 최대 133억 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매출이 약 77조 6800억 원까지 줄어들었으나, 단일 분야 백신으로는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다.

백신의 양대산맥인 모더나도 팬데믹 당시 연간 20조 원이 넘는 백신 판매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최근에는 세간의 관심을 모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개발사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약 43조 원의 매출을 내면서 비만 시장을 석권하기도 했다.

이처럼 첨단 의약품 하나가 시장을 흔드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 전력을 쏟는 모양새다.

종근당 관계자는 “최근 항암제 트렌드인 ADC 외에도 세포 유전자치료제와 항체치료제 등에서 패러다임을 바꿀 모달리티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기존의 약의 제형이나 흡수 기전을 향상한 개량 신약 개발도 이어가면서 포트폴리오 확대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달리티란 의약품이 효과를 나타내는 방법, 표적을 인식하는 방법 등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최근 항암제가 암세포를 식별하는 방법을 바꾸어 부작용이 줄어든 ‘ADC’ 항암제가 대표적인 신규 모달리티 발굴 사례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