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최근 친환경 사업을 지원하고 관련 채권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권 최대 규모인 5000억 원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2년 만기로 3.54%의 발행금리를 가진 해당 채권은 현재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의 저금리 상품이며, 최근 환경부에서는 녹색채권 이자 비용을 기업당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국형 녹색채권의 차별점과 활용 사례 등을 정리했다.
▲ 산업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녹색채권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중으로, 지난달에도 현대캐피탈이 약 3700억 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전기차 사업 등에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당시 기준보다 낮은 금리와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고, 원래 발행 예정인 2000억 원의 3배인 약 6000억 원에 달하는 수요가 몰리며 3700억 원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수소·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의 금융서비스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캐피탈의 녹색채권은 민간기업으로 자사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성격이라면 산업은행은 정부와 연계해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녹색채권 자료에 따르면 한국형 녹색채권은 일반적인 녹색채권보다 그린워싱 행위 방지 절차가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실제로 환경보호 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사업을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그린워싱 행위 사례도 최근 국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 녹색채권 관련 ESG 펀드를 분석한 결과 저탄소 포트폴리오의 30%에서 석유 생산 기업 주식을 포함하고 있었음을 확인한 사례가 있다.
또 일본에서도 친환경 비영리단체(NGO) 중 일부가 현지 국제협력기구(JICA)의 방침과 달리 일부 녹색채권을 방글라데시의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면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한국형 녹색채권을 통해 관련 기업·단체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을 제시하고 대신 이자 비용의 일부를 보전할 계획이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는 채권 발행금액의 0.4%, 대기업과 공공기관에는 0.2%에 해당하는 이자비용을 지원하며, 지원 기간은 채권 발행일로부터 만 1년이다.
▲ 녹색채권 활용 사례는?
녹색채권 시장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유럽의 경우 녹색채권을 운영한 기간이 오래된 만큼 다양하고 정밀한 절차와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프랑스는 지난 2012년 친환경 시장의 초기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해 온 국가로, 지난 2021년 기준 미국·중국·프랑스의 발행 규모를 합치면 전 세계 발행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누적 발행 규모도 2021년 기준 약 155조 원 규모이며 미국 약 325조 원, 중국 약 190조 원에 이은 3번째다.
특히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주체도 중앙정부와 정부기관이 각각 25.4%, 23.2%로 절반을 차지하면서 민간과 정부의 비중이 비슷하다.
프랑스의 녹색채권은 사업의 중장기적인 추진을 위해 채권 만기가 긴 편이며, 유로화로 발행되어 유럽 내에서의 거래에 이점이 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본격적인 꼼수 방지를 위해 ‘에너지전환법’을 제정하면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화석연료 비중, 원자력발전 비중 등의 목표를 명시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 및 생태부문 전환에 투자하는 자산을 조사하고 정부가 공식 인증하는 ‘에너지 및 생태 전환(TEEC) 라벨제’를 추가로 적용했다.
에너지 라벨링은 자산뿐만 아니라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있다.
▲ 녹색채권, 개선점이 있다면?
국내에서 ESG 채권으로 주로 불리는 녹색채권은 2018년 처음 모습을 드러내 빠른 성장을 보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현재는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0조 원을 웃돌며 최고점에 도달한 녹색채권은 2022년 57.5조 원 규모로 감소했다.
현재 대부분 민간기업을 통해 발행되고 있는 녹색채권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이번 신보의 협약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자 비용을 보전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 녹색채권의 운영에 있어서 더 면밀한 규정 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린 워싱을 막기 위해 녹색채권 발행자가 투자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전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녹색채권 관리체계(GBF)’의 수립을 권고하는데, 이는 녹색채권의 발행 개요 및 사용처, 자금의 관리 후 보고 절차 등을 투자자에게 전달한다.
특히 프로젝트의 절차마다 진행 상황 등을 전달하며, GBF를 외부 기관을 통해 검토하는 등의 절차로 그린워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은 권고 수준으로, 법률적인 규제를 명시한 프랑스나 미국 등의 서양 사례와 비교하면 미약하다는 한계점이 지적된다.
특히 외부에서의 감시체계가 없으면 발행 주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검증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녹색채권의 발행 및 관리의 규제를 명시함으로써 투자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오히려 녹색채권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발행한 채권은 환경부와 금융위원회의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자율적으로 준수해 발행했다”라고 말했다.
또 “친환경 사업에서도 더 세밀한 정보 제공 및 소통으로 녹색경제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