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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금융권에 부는 블록체인 기술…'토큰 증권' 도입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 자산의 일종인 ‘토큰 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한 데 이어 지난 17일 농협은행을 토큰 증권 사업자로 선정하며 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에 최근 블록체인 사업 현황과 이에 따른 변화 가능성 등을 정리했다. 

▲ 제1금융권도 블록체인 기술  

지난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올해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민간으로 확산하기 위한 사업의 주체로 NH농협은행을 선정했다.

해당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히 비트코인과 같은 고위험군 자산 투자에만 사용되는 것을 넘어 생활과 밀접한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이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블록체인 확산에 동참하는 참여기업(비디젠)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행하며, 구체적으로는 토큰 증권을 발행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토큰 증권이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정의한 가상 자산의 일종으로,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토큰이란 단어가 자주 사용돼 혼동할 수 있으나, 실물 자산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암호화폐와 달리 ‘토큰 증권’은 실물이 기반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 가상 자산이기에 유동성이 커 은행이 뱅크런 등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근 주목을 받았다.

한편 토큰 증권 관련 법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면서 재상정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분위기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미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진행 중이다.

시중 5대 은행 중 공식 사업자로 선정된 NH농협은행 외에도 우리은행은 현재 삼성증권·SK증권과 함께 토큰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신한·하나·국민은행에서도 디지털 자산 관리 및 수탁 업무를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가상 자산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블록체인 민간 사업자로 공식 지정된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제공]
블록체인 민간 사업자로 공식 지정된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제공]

▲ 토큰 증권이란?

토큰 증권은 기본적으로 증권을 디지털 방식으로 보관한다는 점에서 기존 전자증권과 유사하지만, 운영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종이로 된 문서를 전자화했을 뿐 은행과 금융 당국 등 관리 주체가 중앙집권적인 전자증권과 달리 토큰 증권은 분산원장을 통해 관리 주체가 탈중앙화됐다.

흔히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기술이 중앙관리 없이 개개인이 네트워크가 되어 데이터를 관리하는 분산원장 개념이며,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코인’ 시장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증권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토큰 증권이 코인의 높은 투기성이라는 한계를 보완할 것으로도 본다.

한편 토큰 증권의 도입은 보안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전자 결제가 현금을 대체하며 해킹이나 데이터 위조 등 범죄 피해와 이를 막기 위한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경우 각각의 이용자가 보안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가짜 데이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실물은 하나지만 권리 주체는 여럿 존재하는 조각투자의 데이터 관리 시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

한편 NH농협은행은 토큰 증권 발행 주체로 선정된 후 빠르게 지난 20일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보유한 ‘스탁키퍼’와 관련 사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조각투자용 API 구축을 통해 투자자 편의성 및 안정성을 선제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약 이후 가장 먼저 시작할 조각투자는 가축의 권리로, 한우 농가에 가축 투자계약증권이 활성화되면 자금조달 구조의 안정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집중형과 블록체인 데이터 관리 방식의 구조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중앙집중형과 블록체인 데이터 관리 방식의 구조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 토큰 증권 활용 사례는?

IT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최근 토큰 증권을 시범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일본과 독일을 들 수 있다.

먼저 독일은 지난 2021년 선제적으로 전자증권법을 제정하며 블록체인 기반 전자증권 발행을 허용했다.

당시 독일의 대기업 ‘지멘스’가 처음으로 토큰 증권을 발행하였으며, 지난해 2월에는 약 1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같은 방식으로 판매했다.

당시 지멘스는 금융기관이나 당국의 관여 없이 토큰 증권을 발행해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으며, 거래소가 필요 없어 관련 절차도 간소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일본에서는 지난 2020년 토큰 증권의 정의와 요건 등을 법제화했고, 6개 증권사가 자율규제기관으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특히 SBI증권의 사례를 살펴보면 토큰 증권 첫 발행 주체로 e-스포츠 관련 자회사 주식을 선정하면서 약 5억 원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아울러 이듬해인 2021년에는 현지 신탁은행을 통해 발행된 토큰 증권이 일본 신용평가기관에서 A-1 등급이라는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현재 여러 국가에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토큰 증권이 나타나고 있으나, 더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국제 표준이 빠르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지난 4월 블록체인 국제 표준화 위원회는 우리나라가 제안한 국제 표준안을 채택해 국제적인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 표준화 위원회는 현재 글로벌 64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위원회 정회원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총 45개 국가가 존재한다.

한편 이번에 채택된 표준안에는 토큰 증권의 핵심 기술인 분산원장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보안 지침과 기존 금융 보안과의 융합 구현 지침 등이 포함됐다.

새로운 증권을 관리하는 방식부터 정립하면서 새로운 금융 상품에 대한 허점부터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로운 개념과 기술이 계속 등장하는 IT 기술 특성상 아직 정립되지 않은 부분도 남아 있어 표준화 위원회는 지속적인 회의로 점차 정립 범위를 늘려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