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대정부질문을 위해 소집된 이번 사흘간의 본회의를 활용해 특검법과 방송법 등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 카드를 검토 중이다.
거대 야당의 강행 처리 시도, 소수여당의 필리버스터가 전개되면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은 파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에 이어 방송4법을 처리하겠다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2일 본회의에서 첫 대정부질문을 마치면 곧바로 채상병특검법을 상정해 표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채상병특검법의 경우 찬성 여론이 높아 필리버스터를 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절차·내용 모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자는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택할 경우 '토론 종결권'으로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고, 토론 시작 24시간이 지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하면 토론이 강제 종료되게 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사용됐다.
이 경우 채상병특검법을 2일 상정해 3일 표결하고, 방송4법 중 한 법안을 3일 상정해 4일 표결하는 시간표가 유력해보인다. 방송4법 중에선 MBC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채상병특검법과 방문진법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면 국민의힘에 남은 카드는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다. 채상병특검법의 경우 일찌감치 거부권 행사 건의로 방침을 정해둔 상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처리 여부도 주목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김 위원장 탄핵안을 2∼4일 본회의에 상정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우 의장을 설득해 김 위원장 탄핵안을 상정, 표결에 부칠 경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설 수 있겠지만, 인사 안건은 무제한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인사 안건은 토론하지 않는 게 관례이고, 인사 안건에 무제한 토론을 불허한 사례도 있다"며 탄핵안이 상정될 경우 토론 없이 표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3년 11월 28일 민주당은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당시 강창희 국회의장이 국회 관행을 들어 인사안에 대한 토론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김 위원장 탄핵안이 표결될 경우 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는 방안도 여권 일각에서 거론된다. 전임자인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때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이 전 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표결되기 직전 스스로 물러났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방통위 기능이 장기간 멈출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스스로 물러난 뒤 후임자를 세우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