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기획] 반도체 패권 경쟁, 우리나라 지원책은?

최근 미·중 무역 갈등에 이어 첨단 기술 반입 제재 등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약 7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원안을 추진하면서 우리 정부도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기술 경쟁에 참여하는 각국의 지원 정책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프로그램과 비교·분석했다.

▲ 산업은행 대규모 반도체 지원 프로젝트

KDB산업은행이 지난 1일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확장을 위해 17조 원에 달하는 저금리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주요 골자는 산업의 기반이 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더불어 전반적인 R&D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나노미터 단위의 매우 작고 정밀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특성상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선진국 대다수가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 산업을 지목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은 자금 부족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면서 반도체법에 따른 미연방 보조금을 받게 되지만, 국내의 다른 반도체 기업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기술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약 18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추진 계획 [연합뉴스 제공]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추진 계획 [연합뉴스 제공]

산업은행의 이번 대출 프로그램도 국내 기업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출시되었으며, 17조 원의 저금리 대출 외에도 1조 1000억 원대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이 진행 중이다.

이번 지원은 정부의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기 전까지 산은 자체 재원으로 운용되며, 대기업은 약 0.8%p에서 1.0%p, 중소·중견기업은 1.2%p에서 1.5%p 낮은 우대 금리가 적용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국내에 신규 투자하는 국내외 반도체 기업 전부가 대상이며 반도체 설계·패키징·테스트와 같은 개별 공정 수행 기업도 신청이 가능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기술‧금융에 모두 강점이 있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정부의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정책 시대에 대응해 압도적인 제조역량 구축 지원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각국 반도체 지원 정책은?

먼저 미국은 현재 가장 많은 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국가로, 지난 2022년 제정한 반도체법에 의해 약 380조 원에 달하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에 약 53조 원, 연구원과 노동력 등 미래 인재 개발에 15조 원, 국방 관련 반도체 칩 제조에 약 2조 7000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기 위해 25%의 세액 공제 혜택과 향후 10년간 반도체 연구에 약 272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9조 원, SK하이닉스는 80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중국도 과거부터 반도체 굴기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다양한 육성 전략을 세우고 있는데, 지난 2014년과 2019년에 각각 25조 4000억 원과 36조 6350억 원에 달하는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반도체법 등 대 중국 글로벌 규제가 잇따르면서 독자적인 개발을 위해 더 집중적인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이 늘어났다.

이에 중국은 지난 5월 새로 펀드를 조성하면서 외부에서 예상하던 금액보다 많은 약 64조 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과거에 조성된 펀드가 비교적 저가의 반도체 생산량 확대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을 위해 사용됐다면, 이번 사업은 첨단 고부가가치 기업 ‘팹리스’의 성장과 관련 장비 국산화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가 향후 20년간 252조 원을 투자할 텍사스의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향후 20년간 252조 원을 투자할 텍사스의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미국과 중국 이외에도 일본·유럽 등에서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국내 경제 규모의 한계상 GDP가 높은 선진국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국내 기업이 인건비가 높은 미국에 생산 설비를 증설하는 것도 보조금으로 인한 타사와의 경쟁력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와 강대국 간의 규모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기존 대규모 생산설비 외에도 부품 등 핵심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 등의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법 지원금은 매력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초과이익에 대한 공유와 기업의 민감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 미국 내에서 투자·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제약 등이 포함돼있다.

글로벌 반도체 정책이 보조금과 수출 통제 등에 집중되고 있기에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인재 양성 및 인력 공급망 확보를 또 하나의 성장 전략으로 꼽기도 했다.

한편 현재 정부는 청소년기부터의 본격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특히 부산시에서는 지난 4일 공업고등학교를 반도체 전문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실무인력 육성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