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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기업과 골목상권, 윈윈하는 상생법은?

최근 기업과 소상공인의 협력을 통한 상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접근성이 좋고 생활과 밀접한 식품업계 등에서는 대기업을 통한 영세업체의 홍보 등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현재 골목상권 생존을 위한 협력 사례를 살펴봤다. 

골목상권과 밀키트의 만남, 어썸바이트

규제를 통한 보호가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가 드러나며 일각에서는 기업과 골목의 협력을 도모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11일 동반성장위원회와 MOU를 체결하면서 골목 맛집의 홍보 및 판촉 활동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어썸바이트’라는 캠페인을 주축으로 구성된 해당 협약의 특징으로는 숨겨진 맛집에 대한 홍보를 위해 해당 메뉴를 밀키트화한다는 점이 있다.

영세 식당은 메뉴의 품질은 높일 수 있어도 매장 공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로 받을 수 있는 손님의 수가 한정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기업의 유통망과 온라인 마켓의 힘을 빌려 더 많은 대중과 접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외식 비용 부담이 상승하면서 밀키트 수요가 증가해 더 큰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롯데웰푸드의 골목상권 상생 캠페인 '어썸바이트' [롯데웰푸드 제공]
롯데웰푸드의 골목상권 상생 캠페인 '어썸바이트' [롯데웰푸드 제공]

롯데웰푸드는 지난달부터 이미 자체 맛집 발굴 프로그램 ‘스트리트 델리 투어’를 진행 중이지만, 어썸바이트를 공식화하면서 참가 신청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홍보 품목은 샌드위치로, 대중에게 익숙하면서도 밀키트화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는 기업과의 협력 이외에도 지자체와의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며 지역별 특산품과의 연계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 규제 효과 미미, 협력 필요성 대두

지난 2012년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대표적인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기업 규제’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의 영업일을 제한함으로써 이익을 주변 상인에게 분배한다는 취지였으나, 최근에는 사실상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의무휴업일을 폐지하는 지자체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이 2019년부터의 소비자 행동을 분석한 결과, 기존 오프라인 마켓 제한으로 인해 다시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린 소비자 비중은 약 1%에서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오프라인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전통적인 골목상권이 지속적인 침체기를 겪는 동안 대형마트는 다시 지표를 회복하고 있다.

최근 고물가에 저가 상품을 찾아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다시 찾으면서 올해 1분기 이마트에서는 지난해보다 44.9% 증가한 9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롯데마트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5.3% 증가한 43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반대로 골목상권은 올해 들어서며 근 2년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올해 초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지수가 48.1 BSI로 나타나며 2022년 최저치였던 37 BSI에서 40 BSI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BSI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숫자가 더 높으면 경기 호전을, 낮으면 경기 악화를 체감하는 비중이 더 큰 것을 나타낸다.

▲ 기업·소상공인 협력, 시너지 창출

상생을 위한 협력 모델 구축사업은 이전부터 존재해왔으나, 최근 기업 규제에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면서 협력 모델에 대한 주목도가 더 늘어나는 분위기다.

특히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던 기조가 바뀌면서 대신 기업의 거대한 자본과 물류망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해외 진출 지원사업 포스터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해외 진출 지원사업 포스터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대표적으로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협력해 ‘스마트물류 지원사업’에 참여할 소상공인을 모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사업은 상품 보관 및 재고관리, 포장·배송 등을 대기업 풀필먼트 센터를 통해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상품 품질 및 재고관리, 배송 속도 등은 소상공인 사업 특성상 일정하게 관리하기 어려워 창업의 큰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식품의 경우 품질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적 부담도 큰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기업 물류망 이용 금액의 80%를 지원할 계획이며 자체적인 물류 관리에 따른 부담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협력 방안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앞서 등장한 밀키트화 사업 ‘어썸바잇트’도 홍보 및 판촉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다만 최근 높은 물가로 내수 경기가 불안해지자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내수 시장에서만 키우지 않고 해외로 진출시키는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롯데마트·롯데글로벌지스 등 해외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해외 진출에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기업이 미리 깔아둔 길을 통해 경쟁력 있는 아이템 홍보 및 판매를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지속적으로 중소 파트너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농수산물 판로 확보 및 판촉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중기부 상생 우수기업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는 형식적인 혜택이 아닌 파트너사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 결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