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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원윳값 협상 난항,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지난 6월 초 시작된 낙농가와 유업계의 원윳값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든 원윳값 협상이 50일에 달하는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원윳값 상승과 수입산 우유 증가에 따른 영향 등을 정리했다. 

▲ 원윳값 협상 '제자리걸음'

올해도 낙농가와 유업계는 우유의 원료인 생우유, ‘원유’ 가격을 놓고 한 달이 넘게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9일 시작된 원윳값 협상은 10차례에 걸친 소위원회 회의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시장의 원리 대신 우유 생산비와 낙농가 부담 등을 고려해 정해지는 원윳값은 수요가 줄어도 가격이 오히려 오를 수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올해 원윳값 인상 상한치는 리터(L)당 26원으로, 현재 1L 1084원에 적용하면 총 1110원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

다만 수년에 걸친 원유가 인상에 우유 수요가 점차 줄면서 유업계에서는 가격 동결을 요구했다.

특히 올해는 내년과 그다음 해까지 이어지는 원유 구매량을 미리 정하는 논의도 병행하기에 협상이 더 난항을 겪는 분위기이다.

이 역시 공장에서 만들 수 없고 한 번 키우기 시작한 젖소는 지속적으로 우유를 짜내야 하는 특성으로 인한 것으로, 유업계 입장에서도 한 번의 가격 인상이 커다란 제약으로 다가오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이기에 먹거리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유 [연합뉴스 제공]
우유 [연합뉴스 제공]

▲ 수입산 우유 수입 증가, 낙농가 영향은?

수년간 원윳값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국산 우유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저렴한 수입산 멸균유는 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국산 원유값 상승을 수입 확대를 통해 대응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아직 격차가 큰 상황이다.

국산 우유 소비량은 지난 2021년 444만 8459톤에서 지난해 430만 8350톤으로 총 14만 109톤 감소해 3%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산 멸균유는 2021년 2만 3199톤에서 지난해 3만 7361톤으로 상승률 61%를 기록했지만, 상승량은 1만 4000톤 수준에 그쳤다.

이에 올해 다시 원윳값이 상승할 경우 멸균유 수입량이 얼마나 상승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줄어든 국산 우유 소비량을 수입산 우유가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유를 원료로 가공을 거친 음료와 달리 흰 우유 소비는 가격보다 신선함과 맛 등의 기준에 중점을 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흰 우유의 주 소비층인 청소년과 유아기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우유 소비량 자체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연도별 우유 생산비와 젖소 마리당 수익률 [통계청 제공]
연도별 우유 생산비와 젖소 마리당 수익률 [통계청 제공]

가격 연동제만으로는 낙농가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낙농업계는 대부분 우유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지난해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우유·유제품 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우유 소비가 줄었다는 응답자 비율이 35.1%에 달했으며, 소비를 줄인 이유로 가격을 꼽은 비율이 가장 많은 46.3%를 차지했다.

현재 국산 우유의 가격은 낙농가의 우유 생산 비용과 연동되어 있기에 우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생산 비용을 절감해야 하며, 절감 방안으로는 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꼽힌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우유 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농가의 사육 규모에 따라 마리당 생산비용은 큰 차이를 나타냈다.

젖소 50두 이하 농가가 1리터의 우유를 생산하는데 약 948원의 비용이 드는 반면 100두 이상을 키울 경우 생산 비용은 766원까지 낮아진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와 ‘분기 총량제’ 역시 우유 가격 인상 억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흰 우유와 가공식품용 원유 가격에 차이를 두어 밀크플레이션을 최소화하는 제도이며, 분기 총량제는 각 분기의 전체 원유량에서 일정 부분만 음용유용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낙농진흥회와 유업체가 적용하는 분기 총량제 방식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해결해야 할 미래 과제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