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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종근당바이오 흑자전환, R&D 성과 나오나?

종근당의 원료의약품 생산 법인 종근당바이오가 8분기 만에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달성하면서 변화의 분위기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원료의약품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나타나면서 대부분의 매출을 원료의약품에 의지하고 있는 종근당바이오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종근당바이오의 최근 실적 추이와 전망,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를 정리했다.

▲ 숨통 트인 종근당바이오

종근당바이오가 지난 2022년 2분기 이래 처음으로 올해 1분기 3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종근당바이오는 합성·발효·추출 등의 형식으로 제조되는 약품의 핵심 성분 ‘원료의약품’을 개발 및 수출하는 법인이나, 최근 수년간 실적이 좋지 않았다.

특히 올해 1분기를 제외하면 약 3년이 넘는 13분기 중 12분기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며 낮은 수익성을 보였다.

주된 이유로는 원료의약품의 제조원가 상승 외에도 R&D 투자를 대폭 늘렸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점이 꼽힌다.

적자로 전환하던 2021년 당시 종근당바이오는 보톡스 시장 진출을 위해 457억 원 규모의 오송 보톡스 전용 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또 2022년에는 연세대학교 의료원과 공동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투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미생물과 생태계를 합친 개념으로 장내 세균 종류나 개체수에 인위적인 변화를 일으켜 체질을 바꾸거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

특히 종근당바이오는 세브란스병원 내부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센터를 개소하면서 다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종근당 [Ⓒ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종근당 [Ⓒ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연속한 대규모 사업에 재정적으로 위기가 찾아오면서 지난해 자산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임원을 약 10% 줄였다.

손해를 감수하고 추진한 R&D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늦어지면서 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였으나, 올해부터는 수익 재창출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종근당바이오 관계자는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건강기능식품 사업과 마이크로바이옴 R&D를 병행해 수출과 수익성을 함께 올리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툴리늄 톡신 사업은 우리가 후발주자지만, 마케팅처럼 다른 부분에서 차별화를 추진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원료의약품 시장의 추이와 전망

종근당바이오의 원료의약품 사업 성장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원료의약품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새로 개발하는 원료의약품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들은 원료의약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완전히 국산화한 나라는 소수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원료의약품 등록 제도 ‘DMF’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에 새로 들어온 원료의약품 중 국내산은 약 11.9%였다.

이어 지난해에는 결국 국내산 원료의약품 등록 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났다.

이는 특히 인도산의 성장이 원인으로, 중국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인건비가 중국과 비슷하게 저렴한 인도가 수혜를 입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3년간 국내에 등록된 원료의약품 중 중국은 매년 20% 부근의 등록률을 유지한 반면, 2021년 37% 수준이던 인도산 등록률은 지난해 47%까지 치솟았다.

원료의약품의 등록과 사용은 그 의미가 다르지만, 이를 감안해도 현재 생산되는 완제의약품의 절반 이상은 수입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근에는 국내산 제품의 경쟁력이 점차 향상될 것으로 보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서방권이 국제 환경 정책 강화를 주도하면서 관련 시설이 미흡한 인도와 중국의 제품 선호도가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자급률 추이 [대웅제약 제공]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자급률 추이 [대웅제약 제공]

▲ 원료의약품 산업 발전 과제는?

앞서 큰 폭으로 원료의약품 R&D 투자를 늘렸던 종근당바이오가 실적을 점차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제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내수시장에서 원료의약품 경쟁을 하기에 앞서 수출을 통한 활로를 먼저 찾아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는 스페인에서 개최된 원료의약품 전시회 ‘CPhl 월드와이드 2023’에 참가해 한국관을 구성했다.

당시 유한양행과 제일약품 등 국내 기업 40여 곳이 한국관에서 적극적으로 연구 성과를 홍보했다.

이외에도 에스티팜이나 대웅바이오와 같은 몇몇 기업은 아예 개별 부스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 내부에서는 내수시장을 되찾으려면 기업의 연구개발 외에도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원료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이미 5조 원을 돌파했지만, 국내 주요 제약사의 원료의약품 매출은 당시에도 약 1000억 원에 불과했다.

혁신적인 효과를 가진 신약이 아닌 이상 소비자의 약품 선택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을 통한 가격 저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에 최근 정부에서도 원료의약품 개발 및 제조에 대해 세제지원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의약품 산업 부양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정부는 약품 R&D 세제지원 한도를 25%에서 30%로 상향했다.

특히 최저 지원 비율을 2%에서 20%로 대폭 상향해 혜택의 폭을 넓혔다.

다만 시설투자 부문에서는 기존 최대 10%에서 12%로 혜택을 소폭 늘리면서 필요한 예산 급증을 경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공급망 조사와 확대를 추진하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한국의 경우는 약간 소극적으로, 원료의약품 산업 대책 수립이 여러 방면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