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미래형 증권으로 불리는 토큰증권(STO)이 자동화된 농업 시스템, 스마트팜과 만난다.
최근 정부로부터 STO 사업자로 선정된 NH농협은행은 스마트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STO 모델을 구축해 교육에 먼저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스마트팜과 토큰증권이 만들 시너지와 전망에 대해 정리했다.
▲ 스마트팜 유동화 모델 ‘STO’
NH농협은행이 STO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본격적인 구조화 작업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최근 ‘토큰증권 플랫폼 내 스마트팜 도입을 위한 구조화 금융 사업모델 구체화 용역’ 공고를 내면서 유동화 모델을 구축 중이다.
유동화 모델은 부동산과 같이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자산을’ 증권 형태의 ‘유동자산’으로 바꾸는 것이 특징이다.
농협은행은 모델의 첫 활용 대상으로 스마트팜을 선택하면서 학교와 연계해 교육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팜 STO 시스템이 구축되면 학생들은 스마트팜에 투자하는 STO를 발행할 수 있으며, 농협은행은 스마트팜에서 난 작물을 수익처럼 학생들에게 배분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디지털 금융과 농업의 경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목표다.
한편 스마트팜은 농협은행이 국내 농가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미래 기술로 육성을 추진해왔다.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구현함으로써 계절이나 기후의 제약을 없앤 스마트팜은 디지털 기술로 관리되기에 토큰증권의 형태로 권리를 나누기에도 쉽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팜을 시작으로 농산물과 이를 가공하는 업체 등에도 STO의 접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스마트팜 연계 사업은 우리나라 농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공익적인 목적에서 우선 추진했다”라고 말했다.
▲ 청년 유입을 위한 스마트팜
아직 스마트팜과 블록체인 기술 모두 초기 단계이지만, 업계에서는 두 시스템의 연계로 혁신적인 효율 향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먼저 스마트팜은 국내 농업의 오랜 문제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데,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해 규모의 경제를 만든다는 계산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블록체인에 참여한 개개인이 서버의 역할을 담당하기에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할 중개인이 필요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업인과 소비자가 직접 연결돼 농업 소득을 높이고 유통 비효율은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농산물을 판매할 경우 각 스마트팜 별로 전반적인 생산·유통·관리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에 제품 품질에 대한 우려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소비자는 실시간으로 스마트팜 내부 작물의 상태와 환경 정보를 추적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신뢰를 높이고, 농업의 불안정성·노동 강도를 줄여 미래 농촌을 운영할 차세대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농축산업과 관련 블록체인 활용 전망
현재 가장 많은 블록체인 기술 특허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 순위를 다투지만, 농축산업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지역에서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가격 경쟁력이 낮은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에서는 블록체인 활용 범위를 축산물까지 넓히기 위해 기존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축산물 이력제는 소·돼지 등의 사육부터 도축, 가공, 판매 단계의 모든 정보를 기록하여 이력을 추적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축산물 이력제의 신고 기간은 단계별로 5일 이내에 보고하게 되어 있으나 하루 만에 도축과 판매가 이루어지는 유통 속도와 달리 이력 신고 기간은 긴 편이다.
하지만 영세 사업자가 많은 국내 농·축산업 특성상 신속한 신고와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블록체인 기반 이력관리 시스템이 새로 고안됐는데,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축산업과 결합한 것이다.
기존에는 육가공품이 판매되기까지의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나누어져 있었으나,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모든 단계가 통합되는 장점이 있다.
또 블록체인을 위한 정보 기록 시스템을 사육장에서 공장까지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개별 가축에 대한 정보가 10분 단위로 실시간 업데이트돼 더 세분화된 정보 획득이 가능해진다.
같은 방식은 수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어 지난 2018년 삼성 SDS가 ‘삼진어묵’과 시범사업을 진행한 사례도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시범사업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으나, 수입산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국내 식품 산업 사이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