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언제부터 인간 노동자를 더 중요한 방식으로 대체하기 시작할까?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인간 노동력 부족이 AI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TSMC의 7월 매출은 45% 증가한 79억 달러로 2분기에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 사업이 지난 분기 TSMC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AI 칩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1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는 보도했다.
이러한 놀라운 실적에도 최근 몇 달 동안 AI 관련 주식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대만 지진부터 중국과 대만의 긴장,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이르기까지 TSMC와 같은 기업의 위험에 대해 점점 더 경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요한 문제가 엔지니어와 기술자 부족으로 인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생산 능력을 늘리는 것이 단순히 돈의 문제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은 각국 정부가 칩 제조업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생산 능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TSMC는 미국, 독일,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늘리는 국가 중 하나로, 5년 동안 칩 산업에 대한 투자가 2,500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금만으로는 반도체 제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FT는 말했다.
문제는 반도체 공장을 만드는 것이 현지 근로자를 빠르게 고용하고 교육할 수 있는 다른 나라에 스마트폰을 조립하는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려면 이공계 석-박사 학위를 가진 고도로 숙련된 직원이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는 것 자체에도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미국 칩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그에 따른 건설은 엔지니어링 및 기술자 지원 분야에서 16만 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와 관련 건설 기술 일자리에 대한 추가 채용을 의미한다.
하지만 매년 약 1,500명의 엔지니어만이 반도체 산업에 합류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자의 경우 매년 약 1,000명의 신규 기술자가 입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수치는 더욱 낮다. 향후 5년 내에 이러한 인력에 대한 수요는 75,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제조 인력은 2000년 정점 대비 43% 감소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9년에는 엔지니어와 기술자 부족이 14만 6,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본거지인 한국의 경우, 반도체 산업은 2022년부터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31년까지 5만 6,000명의 인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통계학적 추세도 또 다른 문제다.
TSMC와 삼성이 대부분의 근로자를 두고 있는 대만과 한국 모두 인구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고등 교육에 등록하는 학생 수는 2012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전 세계 위탁 반도체 제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TSMC 애리조나 공장의 가동 시기가 이미 미뤄졌으며, 공장에서 근무하는 2,200명의 근로자 중 절반 가량을 대만에서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적 차이는 채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데 거의 300억 달러가 들기 때문에 공장은 하루 24시간, 주 7일 동안 쉬지 않고 가동되어야만 그 가격표를 상업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
TSMC의 설립자 모리스 창은 미국에서는 새벽 1시에 기계가 고장 나면 다음 날 아침에 고쳐지지만 대만에서는 새벽 2시에 수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대만의 업무 문화를 다른 나라에서 그대로 따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AI가 반도체를 만들면 안 될까?
실제로 AI는 새로운 설계를 설계, 테스트 및 검증하고 새로운 칩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계에서 실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기계 작동을 위한 숙련된 엔지니어의 필요성은 조만간 AI로 해결될 것 같지 않는다.
높은 수준의 기술과 자격이 필요한 일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의 경우, 구인-구직 격차가 위험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고 FT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