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주목받던 수소차가 지난해 큰 폭으로 역성장하며 주춤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주류 시장으로 올라가기 전의 정체 구간인 ‘캐즘존’ 여파로 한동안 실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에 국내 수소 인프라 구축 상황과 향후 계획, 수소차 산업의 전망을 정리했다.
▲ 신기술 통과의례, ‘캐즘존’
지난해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이례적으로 30%나 역성장하면서 크게 퇴보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업 SNE 리서치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체 수소연료전지 차량 등록 대수는 1만 4451대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2년 수치인 2만 700여 대보다 약 30.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SUV 수소차 ‘넥쏘’와 수소버스 ‘일렉시티’를 총 5012대 판매해 단일 업체 최대인 34.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에 현대차가 54.8%라는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하면 큰 폭의 수요 감소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넥쏘는 2022년 1만 1179대 판매됐으나 지난해에는 42% 수준인 4709대에 그쳤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25.3%에서 37.1%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총합이 현대차를 앞서는 모습이다.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현재 가장 큰 수소차 시장이 중국이라는 점으로, 지난해 중국에서만 약 5600여 대가 판매됐다.
이 역시 국내 수소차 수요가 줄어들어 발생한 일로, 2022년 전 세계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던 한국은 올해 점유율이 32%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SNE리서치는 수소차 시장의 역성장 원인으로 수소차 최대 생산·판매처였던 우리나라의 수요가 절반가량 급락한 것을 꼽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소 충전 비용 상승과 불량 수소 사고,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소비자의 불만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대규모 역성장에도 수소차 미는 현대
캐즘존 여파로 국내 친환경 모빌 실적이 급감했지만, 여전히 현대차는 수소 기반의 친환경 인프라를 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대차는 올해의 키워드로 ‘수소’를 제시할 정도로 미래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이는 한동안 손실을 보더라도 미래 산업 선점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현재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테슬라가 있으며, 전기차 상용화를 시도할 때도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현대차는 올해 초 앞으로의 수소 인프라 청사진으로 사람·모빌리티·도시를 잇는 ‘소프트웨어’ 혁신을 발표하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넥쏘가 크게 부진했지만 2025년까지 후속 모델을 출시하고, 세계 최초의 수소 전기트럭 ‘엑시언트’와 수소 전기버스 ‘일렉시티’를 지속 보강할 계획이다.
▲ 국내 수소 산업 전망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같은 친환경 모빌리티인 수소차에도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수소는 불이 붙기 쉽다는 이미지가 있으나 실제 연소 온도는 약 500℃로, 기존 연료인 휘발유나 경·등유보다 더 발화점이 높아 전기차보다 안정적이다.
또 연료 누출 시 공기보다 가볍기에 공중으로 확산하면서 단시간 내로 연료를 모두 분출하기에 화재 피해 범위도 비교적 좁은 편이다.
다만 수소차를 비롯한 수소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는 높은 연료 가격이 지적받고 있다.
전기차 충전 가격은 지난 2022년 7월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오면서 70kWh(킬로와트시) 기준 완충에 약 2만 3000원의 비용이 들지만, 수소차는 6.3kg 기준 완충에 약 6만 2000원이 필요하다.
연비를 감안해도 수소의 가격 경쟁력은 현재 크게 떨어지는데, 이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꼽는다.
천연가스는 현재 생산되는 수소 원료 중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 사업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전체 수소 생산 중 그린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에 불과해 한동안 수소 가격은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수소차 기업에서는 그린수소 생산 촉진을 위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첨단 기술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국내 수소차 점유율 1위의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수소연료전지 기업 ‘어드밴트 테크놀로지스’와 차세대 연료전지용 ‘MEA’ 개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MEA는 수소연료전지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핵심 부품으로, 연소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최대 200℃의 초고온 환경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초고온 환경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전기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고가의 백금 촉매를 줄일 수 있어 비용 절감에도 유리하다.
현대자동차 기초소재연구센터 관계자는 “탈탄소화를 목표로 연료전지 노하우를 총동원해 핵심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연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온 연료전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자동차의 소재 기술 전문성을 입증하고, 보다 폭넓은 응용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