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 물가가 상승하면서 정부가 안정을 명목으로 식품기업 압박에 나섰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실적 향상을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는 ‘그리드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는데, 기업들 측은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최근 물가와 기업 실적 추이, 지표 뒤에 가려진 기저 효과 등을 정리했다.
▲ 고물가와 그리드플레이션
지난해 빠르게 상승했던 소비자물가가 최근 몇 달 동안 그나마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3%대를 이어가던 인플레이션은 4월부터 2%대를 유지했다.
다만 농·축·수산물 가격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면서 정부도 저장량과 출하량 조절을 통한 가격 방어에는 곤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물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기업이 실적을 향상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그리드플레이션’ 현상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리드플레이션은 인건비 상승 등 정상적인 원가 상승 시기에 기업이 이를 기회 삼아 마진율을 끌어올리거나 원가 하락에도 마진율을 낮추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식품기업 실적이 지난해 향상됐다는 점이 주장의 근거로 꼽힌다.
일례로 풀무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5% 상승하면서 619억 원을 기록했고, 오뚜기는 같은 기간 동안 37.3% 성장하며 254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외에도 농심·동원 F&B 등은 영업이익이 각각 89.1%, 29.5% 상승했다.
즉 이러한 실적 성장이 과도한 마진 상향과 유지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입장이다.
▲ 수치보다 이익률 봐야 한다는 기업
반면 이러한 주장에 대해 식품기업 측에서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출이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이익이 따라 올라갔기에 기업의 마진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사실상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으로, 실제 매출 중에서 마진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그러나 지난 5년여간의 지표에서 대부분의 식품기업 영업이익률은 3%에서 5%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식료품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1%로 제조업 평균인 5.7%보다 낮았다.
이어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했다는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이 약 6%대로 조사되면서, 기업 측은 편차가 클 뿐 절대적인 수치는 이제야 제조업과 비슷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식품업계에서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넘긴 기업은 담배인삼공사를 제외하면 오리온과 삼양식품 두 곳 뿐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타 업체와 비교할 때 해외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오리온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60%에 달하며, 현재 해외에만 식품공장 11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삼양식품도 지난해 매출의 해외 비중이 66%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국내 공장이 수출을 위해 돌아가는 구조다.
▲ 앞으로의 물가 전망은?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물가가 안정적인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한국은행은 큰 공급 충격이 없는 이상 인플레이션율이 당분간 2% 수준의 안정된 수치를 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유가·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받은 충격이 올해 들어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안정세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9.1%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겪은 후 현재 3%대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농산물과 석유 등 가장 중요한 지표인 근원물가지수에서는 4%대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유럽 지역은 물가가 약 2.4% 오르며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나 과거 공급 충격으로 10%가 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바 있어 물가의 절대 수치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의 저가 수출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의 저가 수출은 대부분 값싼 노동력 기반의 공산품이지만 해양 물류 운임비가 늘면서 식품업계 측의 원료비가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주요국의 대중국 견제 조치 속에서 생존을 위한 기회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기술적으로 우위인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 내수 물가 억제로 입은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