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금융시장이 급등락하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4일 오전 금융시장은 전날 5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 여파로 급등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하며 2500선을 내줬다. 외국인들이 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원/달러 환율도 롤러코스터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율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전날 오후 10시30분쯤부터 가파르게 치솟아서 이날 오전 12시20분쯤 1442.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면서 상승세가 둔화돼 새벽 2시에는 1425.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오전엔 15.2원 오른 1,418.1원으로 출발한 직후 10분 사이 1,406.2원까지 상승폭을 줄였으나, 다시 1,410원 위로 올라서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이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오전 9시35분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3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608%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원화 시장도 요동쳤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대장주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전날 밤 한때 30% 이상 폭락해 8000만원대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전날보다 0.37% 오른 1억3418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혼란은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날 오전 7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최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관해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했다.
S&P의 킴엥 탄 전무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S&P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 개최한 언론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물론 이는 투자자들에게 뜻밖의 일이고 향후 투자자 결정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을 바꿀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신용등급을 맡는 엔디 리우 S&P 전무도 "비상계엄의 잠재적 여파는 밋밋(flat)할 것 같다"며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환경에 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전반적 신용 환경이나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관해서는 계엄의 여파가 현재로는 잠잠해진(muted)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리 금융당국이 비상계엄 사태 뒤 시장에 대거 유동성을 공급키로 한 것에 대해 S&P는 조처의 규모가 충분한지는 당장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대응의 속도와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했다.
김대현 S&P 상무는 "한국 정부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굉장히 중요시하며 이런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상당히 빨리 대응한다고 판단한다"며 "투자자나 시장 심리가 중요한 때인 만큼 40조∼50조원 등 절대적 금액보다는 정부가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줬다는 사실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