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기업 셋 중 하나는 중국과의 경쟁과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등의 여파로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우리 수출 전망에는 중국과의 경쟁 심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통상정책 변화 등 무역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향후 지역별 수출은
산업구조의 차이 등으로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9∼30일 2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수출 규모 상위 20%에 해당하는 기업(40개)의 32.5%가 내년 수출 감소를 전망했다.
내년 수출 증가율이 올해와 비교해 보면 수출이 소폭 증가하더라도 금년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았다.
감소율별 전망 비율은 ▶ 10% 이상 2.5% ▶ 5∼10% 10% ▶ 0∼5% 20%로 집계됐다.
나머지 67.5%는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0∼5%' 증가율을 예상한 기업(32.5%)이 가장 많았다.
이어 5∼10%(27.5%), 10% 이상(7.5%) 순이었다.
수도권은 81% 기업이 증가를 전망한 가운데, 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 비율도 39%에 이르렀다.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동남·호남·대경은 증가로 응답한 비율이 대체로 70% 대로 비슷했으나 동남권의 경우 5% 이상 증가를 예상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충청권 기업들은 증가 응답비율이 55%에 불과하여 가장 부정적으로 전망하였다. 이 같은 결과는 내년에도 수도권 수출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올해 대비 내년 수출 증가율 변화와 관련한 질문에는 42.5%가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 수출 관련 부정적 요소들의 영향 정도 평가를 보면, 전국 200개 수출기업 기준으로 '중국 과잉생산·저가 수출에 따른 경쟁 심화'가 27점(합계 100점)으로 가장 높았다.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9.5점), 미국·중국 갈등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17.9점)가 뒤를 이었다.
권역별로 보면, 호남권 기업들이 중국과의 경쟁 심화(31.8점)를 특히 우려하였는데, 이는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이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데에 주로 기인한다.
대경권의 경우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크게 우려하였는데, 글로벌 밸류체인의 분절화, 고율 관세 등으로 이차전지, 철강 등의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내년에 대한 응답 결과를 비교하였을 때는 수도권과 대경권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중 갈등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 문제를 가격뿐 아니라 기술 측면에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33.3%는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이미 국내 업체와 비슷하다"고 답했고, 49.7%는 "(격차가 남아 있지만)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중국의 과잉생산 및 저가 수출 행태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매우 컸다.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이 70% 정도,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응답이 30% 정도로 조사되었다.
업종별로는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이차전지(62.5%), 기계류(45.5%), 철강 및 금속제품(44.0%) 순으로 가장 많았다.
반도체의 경우 비슷하다는 응답은 적었지만, 절반이 넘는 기업(60%)이 중국과의 기술력 축소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향후에도 중국의 과잉생산 및 저가 수출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것이며, 그 영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에 부정적 영향이 현재 수준에서 지속(57.7%)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도 40%에 달하였다.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또한 절반이 넘는 업체가 중국의 과잉생산 및 저가 수출의 부정적 영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의 경우 39.5%의 기업이 부정적(매우 4.2%+대체로 35.3%)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의 비율(47.4%)이 더 높았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근거는 ▶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율이 더 높아 상대적 경쟁력 개선(32.2%) ▶ 대 미국·중국 수출 금액이 많지 않은 점(26.1%) ▶ 확고한 제품 경쟁력·수요(17.4%) 등이었다.
아울러 전체 수출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새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올해 10∼11월 수도권 수출 비중(43.6%)이 역대 최대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이 기간 수도권 수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이 16.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수도권 기업들이 다른 지역보다 내년 수출 전망에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고, 중국과의 경쟁이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통상정책 변화 등 부정적 여건에 대한 우려도 적었다"며 "새해에도 수도권 수출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중국과의 가격 및 기술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도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연구개발 등을 통해 중국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긴요하다"라며 "또한 글로벌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