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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경기 하방위험 증대" 진단 국내외 불확실성 지속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국 불안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10일 발간한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에 기인해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개선되었으나, 건설업 부진에 기인하여 생산은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 심리 위축으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생산지수
[KDI 제공]

12월 전산업생산(-0.3% → 1.4%)은 조업일수 확대(-0.5일 → +0.5일)와 광공업 개선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부진에 기인하여 소폭 증가에 그쳤다.

서비스업생산(0.9% → 1.2%)도 운수⋅창고업(8.7% → 9.0%), 전문과학⋅기술(-1.1% →1.2%)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반도체의 호조세가 유지되며 생산 증가를 견인하였으나, 내수는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KDI는 진단했다.

승용차, 가전제품, 의복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소매 판매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상품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주항공 참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 소비 또한 주요 업종에서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미약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KDI는 봤다.

KDI
[KDI 제공]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가 91.2로 기준치인 100에 크게 못 미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 증가에 힘입어 회복세를 지속했지만 건설투자 부진은 계속됐다.

작년 12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기대비 8.3% 감소했다.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 감소세가 이어졌으며, 토목 부문도 감소세가 확대됐다.

KDI는 이처럼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고용 증가세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5만2천명 감소했다. 건설업·제조업 부진, 정부 일자리정책 종료 등이 더해지며 감소로 전환했다.
물가는 유가와 환율 등 변동성이 큰 요인으로 인해 상승세가 다소 확대됐다.

건설업(-9.6만명 → -15.7만명)은 건설경기 악화가 지속되며 감소폭이 확대되었고, 제조업(-9.5만명 → -9.7만명)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KDI는 정부일자리 사업 종료의 영향을 감안하면, 계절조정 고용률(62.7% → 62.3%)의 급락과 실업률(2.7% → 3.7%)의 급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2%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이 7.3% 급등하면서 상품 가격도 상승 폭이 확대됐다.

다만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수요 압력이 낮게 유지되면서 근원물가는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88.2)에 이어 기준치(100)를 크게 하회하는 91.2에 그치면서 소비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정국 불안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 통상환경 악화 우려가 확대되며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

정국 불안으로 12월 중 급락한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가 1월에도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통상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다.

ICT 품목의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여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 되는 모습이다.

1월 수출(6.6% → -10.3%)은 조업일수의 축소(+0.5일 → -4.0일)에 주로 기인하여 감소하였으나,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4.3%)에 이어 7.7%의 완만한 증가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ICT 품목(27.8% → 25.0%)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진 반면,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일반기계(-6.0%)와 석유제품(-15.8%)은 감소했다.

무역수지(-18.9억달러)가 조업일수 감소와 계절적 요인에 기인하여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전통시장
[연합뉴스 제공]

KDI에 따르면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심리 위축으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12월 소매판매(-3.3%)는 전월(-2.2%) 대비 1.1% 하락했다.

12월 소매판매는 승용차(-11.5%), 가전제품(-7.5%), 의복(-1.3%), 차량 연료(-5.0%) 등을 중심으로 부진하였으며,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0.6%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둔화 추세를 지속한 가운데, 내수 부진으로 국내 은행 연체율(0.48% → 0.52%)은 상승폭이 확대됐다.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주택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12월 주택매매시장에서 매매가격(전월대비, 0.01% → -0.07%)이 하락하였으며, 거래량 감소세가 지속되고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는 등 주택경기 둔화를 시사했다.

주택 매매가격은 수도권(전월대비, 0.11% → 0.00%)에서 보합세에 그쳤으며, 비수도권(-0.09% → -0.14%)에서는 하락폭이 확대됐다.

주택임대시장에서도 전세가격(0.09% → 0.01%)과 월세가격(0.12% → 0.10%) 모두 상승세가 둔화됐다.

KDI는 글로벌 상품교역과 제조업 업황이 개선되었으나, 주요국의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간 지속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높게 유지되고, 주요국과의 무역 갈등도 격화되는 모습이다.

미국경제는 무역정책과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고 있으나, 민간소비 중심의 양호한 성장 흐름이 지속됐다.

유로존 경제는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조업 위축과 대외 여건 악화 우려로 2025년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KDI는 중국경제는 소비와 수출 증가로 성장세 둔화 우려가 일부 완화되었으나, 대외 여건 악화와 부동산투자 부진으로 하방 위험은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주요 원자재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국제유가 등의 에너지는 수급 불안 우려가 완화되면서 1월 중순 이후 급락했다.

올해 유가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겠으나, 공급 증가에 기인하여 작년 대비 하락한 70달러대 초중반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AI 기업의 과잉투자 우려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되었으나, 물가 상승세 둔화와 무역 협상 가능성으로 1월 중순 이후 달러지수와 장기금리는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