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까지 상승해도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강달러 현상에 따른 환율 상승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변동과 달리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일 이런 내용이 담긴 현안 분석 보고서 '최근의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김준형·마창석 연구위원)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원/달러 환율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무역통계 자료를 활용해 분석했다. 총 50개 국가, 약 1만개의 품목이 분석 대상이 됐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달러로 결제되는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점차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요가 줄고 양국 간 재정환율이 반영되면서 수입품 가격은 하락하는 등 조정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때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강달러'인지, 국내 요인으로 인한 '원화 약세'인지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상승→물가 상승' 효과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수입품 전반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박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결과 달러화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1%p 상승하면 같은 분기에 수입품 가격은 0.49%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년 누적으로는 0.25%p로 물가 상승 폭이 축소됐다.
원/달러 환율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진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1%p 오르면 달러를 제외한 통화 대비 원화 환율도 1%p 상승했다.
또한 수입품 가격은 같은 분기 0.58%p 상승한 뒤 1년 누적으로는 0.68%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과 소비자 물가 간 관계를 보면 달러화 요인과 국내 요인으로 환율이 1%p 상승할 경우 같은 분기에 소비자물가는 각각 0.04%p 상승해 차이가 없었다.
반면 1년 누적 기준으로는 강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이 소비자 물가를 0.07%p 상승시킨 반면 원화 약세는 0.13%p 끌어올렸다.
보고서는 작년 4분기 원/달러 환율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분 0.31%p 중 0.20%p가 강달러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에는 강달러 영향이 커지면서 환율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분은 0.47%p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강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그 지속성과 파급력은 국내 요인에 따른 환율 상승보다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KDI는 말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환율 변동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요인별로 살펴본 결과, 작년 2분기 이후 국내 요인의 영향은 큰 변동 없이 유지된 반면, 미 달러화 요인의 영향은 올해 1분기에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작년 4분기 소비자물가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으로 전년동기대비 0.31%p 상승했으며, 그중 0.20%p는 미 달러화 요인에 기인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의 변동이 소비자물가를 0.47%p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요인이 유지되는 가운데 달러화의 영향은 더욱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올해 2분기 원/달러 환율이 국내 요인으로 1,500원까지 상승하면 물가상승률이 시간차를 두고 1분기 대비 최대 0.24%p까지 추가 상승한 뒤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강달러 영향으로 환율이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3분기 0.19%p까지 상승한 뒤 그 영향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요인으로 상승하는 경우 4분기에 물가상승률이 0.24%p 상승한 후 점진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환율이 달러화 요인으로 1,400원까지 하락하면 4분기 물가는 1분기보다 0.29%p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요인으로 환율이 1,400원까지 하락하면 4분기 물가는 0.44%p 하락하고 내년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보고서는 "1분기 물가상승률이 2.1%이고 수요 압력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해도 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KDI는 "환율 변화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그 원인에 따른 물가상승률 변동폭과 지속성을 감안하여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라며 "달러화 요인으로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그 영향이 단기에 그칠 수 있음을 감안하여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국내 요인의 영향이 확대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향후 환율 추이와 변동 배경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거시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