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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가격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입물가 격차 커져… 교역조건 악화 우려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올해 수출입물가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이는 그만큼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입물가지수(원화기준)는 평균 163.3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1년 이래 최고치다. 같은 기간 수출물가지수는 평균 110.5로 전년보다 올랐지만, 2009년 110.82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수출물가를 1로 봤을 때 이에 대한 수입물가의 배율은 올해 1~9월 평균 1.48로,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를 역전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수출입물가가 모두 오름세인데도 그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것은 수출가격의 상승폭이 수입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1~9월 중 수입물가는 7.63% 오른 데 반해 수출물가는 절반 수준인 4.14%에 그쳤다.

수입물가의 높은 오름세는 원화 가치 하락과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다. 올해 초ㆍ중순 국제원자재 가격은 유가를 중심으로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하반기 들어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원자재 가격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수입물가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출입 물가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지만,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보다 환율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급등한 지난달 원유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0.8% 오르는 데 그쳤지만, 환율을 적용한 원화 기준으로 보면 6배가 넘는 5.1% 뛰어올랐다.

이처럼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를 크게 웃돌면서 그 폭이 벌어지면 교역조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상품은 세계경제 둔화와 시장 포화 등으로 오를 유인이 크지 않은데 반해 원유 가격은 이미 높은 수준에 있어 수출입 격차 확대가 지속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