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새해 초부터 연일 순매수에 나서고 있어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29일 452억원, 30일 1천935억원의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인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2일 650억원, 이날 오전에는 1천4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업종은 전기전자(550억원), 금융(547억원), 화학(336억원), 철강금속(305억원), 운수장비(264억원) 등이다.
종목별로 보면 LG전자(223억원), 포스코(217억원), 신한지주(206억원), 한국전력(166억원), KT&G(154억원), 삼성전자(143억원), SK텔레콤(124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주를 고루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와 원.달러 환율 안정이 외국인 순매수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의 `사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글로벌 증시의 상승을 이끌어내 전 주말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약 2개월 만에 9,000선을 회복했다.
유진투자증권의 박석현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우리나라, 대만, 인도 등 신흥시장의 외국인 주식 순매수는 글로벌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 매수세를 받쳐주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경우 국내에서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피할 수 없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1,300원대에서 안정되면서 외국인들이 이런 염려를 덜게 된 것이다.
HMC투자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환율 안정, 정부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 등이 작용해 당분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순매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추세적인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이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처럼 외국인들은 기업 펀드멘털이 악화되거나 향후 증시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판단될 때는 언제든지 한국 주식을 처분하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로 국내 증시에 장기 투자해 온 캐피탈그룹은 최근 3개월 동안 제이브이엠, 대구은행, 평산, 부산은행 등의 지분을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부증권의 지기호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효력을 발휘할 지 여부로, 만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실망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치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