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진이 나타난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국내 경기상황이 상반기에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기업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연일 '팔자'에 나선 것과 외국인의 순매수는 완전히 대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709억원 순매수하며 1년9개월여만에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냈으며 이날도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외국인 매수세는 지난해 12월 월간 기준 2천76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데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증시에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외국인이 지난해 34조5천858억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의 폭락을 이끈 악몽 때문이다.
지난해 월별 기준으로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인 달은 5월과 12월 두 번밖에 없었다. 나머지 10개월 증시 하늘은 온통 잿빛이었다.
이 때문에 새해 순매수로 출발한 외국인의 움직임은 청명한 가을을 예고하는 징조로 평가 받기도 한다.
'바이 코리아'는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지난해 과도하게 축소했던 외국인들이 한국 비중을 다시 늘려나가는 정상화 과정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유동성 확보가 쉬운 관계로 외국인들이 지난해 금융위기 때 국내 증시에서 줄일 것보다 많이 줄였을 것"이라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누그러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도 "외국인 매수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디레버리지(부채축소)로 인해 과도하게 비중 축소가 진행됐던 부분에 대한 일종의 '교정'작업으로 판단한다"며 "실제로 지난해 뮤추얼펀드의 현금비중이 동아시아 중심으로 높아졌다가 11월부터 완화되면서 과도하게 축소됐던 주식 편입비중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도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면서 디레버지징의 제약이 어느 정도 완화됐고,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유동성이 증가했다. 헤지펀드가 9,10월 매도물량이 많았는데 11월 말부터 줄어 외국인 매수세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의 안정세도 외국인의 매수 열기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예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최근 안정을 되찾음에 따라 외국인이 환차익을 볼 수 있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의 안정기대와 신용스프레드 축소, 반도체 가격 회복 등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여건이 지속한 것도 외국인 순매수의 동력원이 됐다.
증시 상승세는 외국인의 매수탄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공매도 물량을 서둘러 상환하지 않으면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시에서 공매도 주식을 되사서 갚는 `쇼트 커버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공매도가 집중된 우량주의 주가가 최근 급상승한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쇼트 커버링이 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 박 연구원은 "외국인이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은행이나 건설업종에 대해 시가총액 비중만큼 사들이고 있지 않아서 시장 상승의 원동력으로 외국인 매수세를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면서 "외국인 매수는 단순한 '정상화'의 과정일 뿐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추세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나대투증권 곽 연구원도 "외국인은 지난해 5월 9천219억원 순매수했다가 그 다음달인 6월에 4조8천억원 순매도로 돌아선 전례가 있다"면서 "지금은 그때와 달리 매도물량이 줄고 있어 급격한 매도전환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매수세가 장기화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