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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인사 급물살… 이르면 내주 초 단행

'그림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국세청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4대 권력기관장 인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르면 내주 초에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4' 인사가 단행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를 넘겨가면서 돌고 있는 개각 관련 각종 '설(設)'과 그로 인한 권력 투쟁 양상을 '빅4' 인사로 진화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청와대는 '4대 권력기관장-청와대 참모진-개각' 등 3단계 인적쇄신안, '4대 권력기관장 및 청와대 참모진 교체-개각' 등 2단계 인적쇄신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4'의 경우 당초 검찰총장을 제외하고 전부 교체하는 방안이 우세했으나 현재 국세청장•경찰청장만 교체하는 방안, 국세청장만 교체하는 방안 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선(先) 빅4 교체'가 급물살을 탄 것은 인사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여권 내부의 이전투구 양상이 격화된 점이 주효했다.

청와대 측은 비위 사실이 채 밝혀지지 않은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감사원 내사 사실이 불거진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필이면 청와대 참모진 교체 여부가 거론되는 시점인터라 정치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상률 청장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기다렸다는 듯 국세청발(發) 투서가 답지하고 있는 점도 청와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충남 서산 출신인 한 청장에 반기를 든 국세청 내 TK 세력들의 네거티브 공세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을 방치했다가 자칫 집권 2년차 국정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사의 표명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던 한 청장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점도 이 같은 청와대의 인식을 엿볼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 청장의 전격 사의 표명은 이른바 '이봉화 학습 효과'가 작용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쌀 직불금' 파동에 휩싸인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진퇴 여부를 놓고 시간을 끄는 사이 여론이 악화된 전례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장에는 조용근 한국세무사 회장, 허용석 관세청장,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호업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TK 2명(이현동•경북 청도, 김호업•대구), PK 2명(오대식•경남 산청, 조용근•경남 진주)에 호남 출신 1명(허용석•전북 진안)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셈.

이현동(53•행시 24회)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경북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국세청 법무과장, 대구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등을 역임했다.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새 정부 국정 밑그림 그리기에 일조하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김호업(60•행시 21회)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은 대구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국세청 총무과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부산지방국세청장 등을 역임했다.

오대식(55)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경기고,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부문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용근(63) 한국세무사회장은 경북사범대부속고, 성균관대 상학과를 거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과장•납세지원국장, 국세청 공보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허용석(53•행시 22회) 관세청장은 덕수상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조세정책과장•세제총괄심의관•조세정책국장 등을 거쳤다.

김성호 국정원장은 당초 교체되리라는 전망이 유력했으나 잔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남 남해 출신인 김 원장은 김주성 기조실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다.

PK 출신인 김 원장의 후임으로는 이 대통령의 최 측근 중 TK 출신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기 국정원장 물망에 오른 인물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경북 영주), 김경한 법무부 장관(경북 안동),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경북 상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경북 영일) 등 모두 TK 출신이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행정1부시장을 맡아 호홉을 맞춘 원세훈 장관의 경우 소위 소위 'MB 코드' 착근력이 좋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군에 분류됐다.

류우익 전 실장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MB 국정철학'을 디자인한 공로를 인정 받았지만 청와대 내 견제 세력이 잔존하는 점이 돌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위원장도 유력 후보지만 내달 국회에서 언론관련법 처리가 긴요한 관계로 자리 이동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경찰청장의 경우 어청수 청장의 후임으로 김석기(55•경북 경주) 서울경찰청장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한 때 교체론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최근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유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