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발행한 어음 933억원의 만기일인 29일 쌍용차 협력업체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몰렸다.
933억원은 쌍용차가 지난해 11월 말 부품대금으로 발행한 60일짜리 어음의 결제액을 합산한 액수로, 업체들은 부도를 막기 위해 은행에 지불유예를 신청하거나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지난 9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채무가 동결돼 정상적인 어음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어음을 할인해 사용한 협력업체들이 연쇄적인 부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쌍용차의 채무 동결에 따라 어음을 할인받은 업체는 채권자가 아닌 어음에 대한 연대보증 채무자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쌍용차가 발행한 어음이 몇 차례 배서를 거쳐 2차, 3차 협력업체로 넘겨지면서 채무를 져야 하는 업체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11월 발행 어음의 만기가 도래한 이날 협력업체들은 대출과 은행의 지급유예 등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현금을 마련하지 못해 도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진천에 있는 쌍용차 1차 협력업체 A사는 만기가 도래한 어음 14억원 중 4억원은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갚았지만 10억원은 은행에 6개월간 지급유예를 요청했다.
다행히 10억원 이상의 담보가 있어 은행에서 6개월 유예를 받아들였지만 다음달 어음 만기에도 현금을 구하지 못하면 부도를 피할 길이 없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쌍용차 협력업체 B사는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로 할인해 돌렸던 2억여원의 어음 부도를 막았다.
B사 대표 진모(67) 씨는 "다행히 회사 신용상태가 좋고 담보가 있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다음달까지 쌍용차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음 만기가 다시 돌아오면 그 때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화통화를 시도한 10여개 협력업체 중 4~5곳은 대표 및 경영진이 은행 등을 돌며 돈을 구하느라 연락이 닿지 않아 이들 업체에 닥친 어려움을 짐작케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5억원 가량의 어음이 오늘 만기인데 사장님이 현금을 구했는지 모르겠다"며 "부도 위기설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기술자 등 절반 이상이 이미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채권단은 이날 오후 은행마감 시간까지 어음을 막지 못한 업체들을 조사하고 있다.
채권단 최병훈 사무총장은 "255개 1차 협력업체 중 대부분은 11월 납품대금에 대한 어음을 갚거나 지불유예를 했지만 7~8개 업체가 마지막까지 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은행업무 종료 뒤 이들 업체의 최종 부도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2월에도 쌍용차가 조업을 정상화하지 못할 경우"라며 "2월 만기에는 2, 3차 협력업체를 포함해 수십∼수백개의 업체들이 줄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