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대통령이 그간의 경제비관론을 접고 희망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로 여겨지는 경제현실을 솔직하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감과 희망을 고취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새해 초반 국정연설 형식으로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올해로 220번째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경제문제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춰 연두 국정연설이 행해진 것은 대공황 이후 오바마의 이번 연설이 처음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경제 현실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연설에서 경제현실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데 상당히 역점을 뒀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낙관주의를 원용, "밝은 미래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식으로 희망을 심어주는데 연설의 주안점을 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첫머리에서 "사람들이 상환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으며, 금융회사도 부실채권을 양산하는데 일조했다"면서 "이러는 동안 진지한 토론이나 어려운 결단은 미뤄졌다"고 말해 현재의 금융부실이 경제위기로 비화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책들을 다시 한번 거론했다.
그는 과거의 방만한 차입과 능력을 초과한 소비에 따른 폐해를 `결산'해야 할 상황이 도래했다며 현재의 고통스런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만 여기서 좌절해서는 안되며 이런 도전을 극복하고 더 강한 미국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위기의 중압감이 미국의 운명을 결정짓지는 못한다"면서 과거 미국이 숱한 도전을 극복, 번영을 구가했던 것처럼 지금 당면한 난관도 뚫고 나감으로써 미국 경제가 과거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고 희망을 북돋웠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지난해 대선 유세과정에서나, 최근 의회에서 경기부양법의 심의 과정에서 경제 현실의 비관적인 측면을 다소 과장하면서 반사적 이익을 얻었던 것과는 전적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야당인 공화당의 전면적인 반대속에서 의회 내 의석수의 우위에 기대 경기부양법의 통과를 강행한 만큼 이제 부양책의 시행이 성공을 거둬야만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위기를 과장하기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경제주체들의 긍정적인 태도에 의지해야만 하는 입장으로 상황이 뒤바뀌었음을 연설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는 "미국경제가 회복되기 전에 더 나빠질 수 있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경기부양책은 위기 종식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등의 화법으로 경제주체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쪽으로 기울었었다.
이는 의회에 대해 당파를 초월한 협력으로 경기부양조치를 뒷받침해달라는 간접적 압력을 담은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이런 화법이 계속되는 동안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기업실적의 악화와 함께 은행들의 부실은 더욱 심각해지면서 대형 은행들의 국유화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대통령의 비관론이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제현실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좋지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점을 의식, 이번 연설에서 미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반드시 헤쳐나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이를 위해 신속하고 단호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연설중 경기부양책의 시행과 각종 개혁조치로 교육, 그린 에너지, 사회보장, 의료보험, 첨단기술 개발투자 등에 재원이 투입됨으로써 일자리가 생겨나고 미국의 장기적 발전 지속을 위한 토대 마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비교적 장황하게 설명했다.
경기회복을 위해 투입되는 재정자금이 단 한 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점도 다시 한번 천명했다.
막대한 재정투입에 따른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현실도 진솔하게 인정하고 앞으로 전비(戰費)지출을 줄이는 한편 세제 개편을 통해 적자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의지도 표명하면서 국민적 협조를 당부했다.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형식이었지만 황금시간대에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기회를 이용, 일반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화법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협조를 구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법의 통과를 전후해 플로리다와 콜로라도, 애리조나 등을 돌며 타운홀에서 `주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민심에 직접 호소하는 방법으로 위기극복을 위한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공화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 경기부양법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이 없자, 대국민 직접 호소에 나선 것이었으며, 이번 상.하원 합동연설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뒷부분에 "모든 이슈에 우리가 뜻을 같이하는 것은 아니며 미래에도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의사당에 자리를 함께한 모든 의원은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이 성공을 거두기를 원한다는 점을 나는 알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모든 토론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책이 의회에서 철저한 당파적 노선에 따라 반쪽 지지로 채택됐지만, 오바마의 입장에서는 이제 부양책이 효과를 거둬 미국 경제를 살려내는 것 이외에 달리 대안이 없는 셈이며, 이 때문에 의회와 국민의 지지와 협조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비관론을 접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제시하며 의회와 국민의 지원과 협조를 호소한 오바마에게 어떤 화답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