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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우주발사체’ 언급 의미는

북한이 발사준비를 해 온 로켓을 놓고 장거리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가정보국의 데니스 블레어 국장이 10일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을 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블레어 국장은 이날 상원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은 우주발사체이며, 그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밝혀 우주발사체가 인공위성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더 나아가 블레어 국장은 "북한이 우주발사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나는 그것이 그들이 의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간 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 2호에 실어보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점에서 블레어 국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북한의 의도를 위성발사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이는 지금까지 미 국무부 등이 북한이 쏘아 올리려는 발사체에 대해 구체적인 성격규정을 유보한 채 무엇이 발사되든 역내 안보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음을 지속적으로 내온 것과는 뉘앙스의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만일 미국 정보당국이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면 북한의 발사체에 대한 미국의 요격가능성은 현격히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티머시 키팅 미 태평양군사령관은 지난달 26일 "만약에 인공위성이 아닌 다른 물체로 보인다면 우리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요격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평화적 목적'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위성을 요격하기 힘든 상황에 몰릴 수 있는 것.

 

미 정보당국에서 이런 분석이 나오게 된 이유는 버락 오바마 정부와 협상테이블도 차리지 않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한방으로 초장부터 완전히 판을 깨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을 구분짓는 기준이 탑재되는 물체, 즉 탄두냐, 위성기기냐에 따라 결정될 뿐 발사의 원리는 같다는 점에서 굳이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겠느냐는 추론에서다.

 

북한은 1998년 8월 기존의 노동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긴 로켓을 쏘아 올렸으며, 이는 일본 상공을 통과해 1천600㎞를 날아가 정점에 도달했지만 3단계 로켓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데는 실패했다.

 

당시에도 문제의 발사체를 놓고 장거리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는 논란이 불거졌으나, 이후 미 국무부는 소형 인공위성이었다는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그러나 블레어 국장이 북한이 발사를 준비중인 발사체에 대해 인공위성 쪽에 무게를 뒀다고 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대응수위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북한의 위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미 국무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위성발사 기술은 미사일 기술로 전용가능하다는 점에서 어떤 발사체가 됐든 유엔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못박아 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날 블레어 국장의 발언은 북한이 우주발사를 할 것으로 여겨진다는 단순한 팩트를 주장한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지금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거나 인공위성을 쏜다고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본다"며 "블레어 국장의 말은 미국 정부가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쏘겠다는 주장을 알고, 그런 발사의도를 갖고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주발사체의 경우에는 발사에서부터 우주에 도달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를 사후 판가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이를 예단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