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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기업도 "생존법은 '빨리빨리'"

"역시 해법은 속도에 있습니다"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는 '위기의 계절'을 맞아 "빨리빨리"가 최고 경영자(CEO)들에게 경영의 최고 화두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올해들어 주요 기관, 기업의 CEO들이 거듭 강조하고 있는 메시지들을 잘 들여다보면 표현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속도(스피드)'라는 한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포스코에 따르면 정준양 신임 회장은 지난 11일 포항에서 열린 신입사원 대상 특강에서 '속자생존(速者生存)의 법칙'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 회장은 "다윈은 '적자생존'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그것 가지고는 안되며 혁신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혁자생존'에 더해 빠른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속자생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같은 불황기에 해외에서 물건을 사면서 가격을 흥정하고 위에 보고하고 내부 결정을 기다리다보면 먼저 온 사람이 그 물건을 사갈 수 있다. 마케팅 부문 직원들에게도 '신속하게 의사결정하라'고 말했다"면서 "'스피드'는 여러분이 앞으로 중시해야 하는 핵심가치"라고 속도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그는 아울러 "올해는 생존, 즉 살아남아야 하나 살아남는게 전부는 아니며 살아남되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올 '소수의 강자시대'에 기회를 잘 포착해 제2의 성장을 해야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민간시절 LG경제연구원의 CEO였다 지식경제부의 CEO로 자리잡은 이윤호 장관은 지난 2월9일 간부회의에서 정책과 연구.개발(R&D)사업의 '속도전'을 주문하고 나선 뒤 각종 회의와 외부 강연을 불문하고 '속도전'을 빠짐없이 언급하고 있다.

그가 속도전을 내세울 때마다 언급하는 단골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이다. 2차 대전 중 각국이 밤낮으로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무기개발에 몰두하면서 6년의 전쟁기간 무수한 신무기가 쏟아진 사례를 당장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게 이 장관의 지론이다.

그는 "상황에 따라 R&D 주기는 절반으로 단축될 수 있다"면서 "연구기관에 오후 6∼7시에 불이 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연구기관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은 지난 2일 임직원 대상 사내방송을 통한 월례 메시지에서 나란히 '스피드'를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개발 스피드를 더 빠르게 하고 품질이나 성능, 시장점유율,수율 등을 더 높게해 내부 효율을 극대화할 것"을, 최 사장은 "경영의 스피드와 효율성을 제고해 현재의 경영위기를 돌파할 것"을 각각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속도를 강조하는 현장 경영 원칙을 세우고 1월 말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본사 인력 1천400명 가운데 1천200명을 완제품(DMC)과 부품(DS) 부문 산하 사업 현장으로 내려 보내는 한편, 이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도 현장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야전체제'에 들어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LG화학도 마찬가지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1월30일 실적발표를 위한 투자설명회에서 "올해는 비용(Cost) 리더십을 최우선으로 확보해 제품을 싸게 생산하고, 고객에게 더욱 낮은 가격으로 빨리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전략의 실행속도와 조직문화의 변화속도를 높이는 '스피드 경영'의 지속 추진방침을 강조했다.

다른 기업들의 CEO 메시지에도 역시 '스피드 경영', '속도 경영'이 빠지지 않으면서 그야말로 '빨리빨리'가 올해 경영의 화두가 된 분위기다.

LG경제연구원은 '스피드 경영의 업그레이드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위기 돌파전략으로서 속도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계 경기침체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는 상황에서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기회비용을 줄이고 고객 요구를 신속히 충족시킬 수 있도록 스피드 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특히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는 한국 기업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