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기금이 5월부터 운용되면 기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 기금을 통해 금융회사는 부실채권을 털어낼 수 있고 기업은 보유 자산을 원활히 매각해 조기 회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금융시장은 경색돼 있어 금융회사와 기업의 독자적인 자산 매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외환위기 때와 같은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직접 조성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 공적자금으로 구조조정 지원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4월 임시국회에서 40조 원 한도의 구조조정기금 조성 법안과 재원 조달을 위한 정부 보증채권의 발행 동의안이 통과되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과 금융회사가 출자 전환한 기업 지분,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 등을 사들일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보증채권을 발행하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진행 상황에 따라 5월부터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보유한 부실채권 규모는 작년 말 현재 14조3천억 원이다. 경기 악화에 따라 부실채권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건설.조선사에 이어 44개 대그룹, 해운사 등으로 확산되고 이 작업이 2분기에 집중돼 있다.
구조조정기금은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자산 건전성을 높이고 기업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구조조정 기업의 부동산 등 보유 자산도 사들여 퇴출 대상 기업은 조속히 정리하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기업은 조기 회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때의 경험에 비춰볼 때 구조조정기금의 운영으로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활용 자금을 포함해 총 38조5천억 원이 조성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의 경우 작년 말까지 회수금액이 42조4천억 원으로 회수율이 110%에 달했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환란 당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과 부실징후기업의 자산을 싸게 사들여 국제입찰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법원 공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에 매각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이익을 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운영 기법이 있는 자산관리공사에 구조조정기금이 설치되기 때문에 투입 자금의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기금 재원을 정부 보증채권으로 조달하더라도 나중에 손실 볼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 "기금 통해 구조조정 속도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만큼 이를 통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 부실이 현실화된 상황이 아니어서 정교한 기업 평가를 통해 부실을 가려낸 뒤에 구조조정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건설업과 조선업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외환위기 때처럼 거대 기업이 쓰러지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40조 원의 많은 액수가 필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며 "기금의 규모가 아니라 어떻게 기업을 평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강석훈 교수는 "구조조정기금은 필요하다"며 "하지만 1차 건설.조선사 구조조정이 미진했던 점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놓고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시장의 불확실성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조조정기금의 한도를 40조 원으로 정한 것은 경기 악화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충분한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며 "거래 기업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지고 속도가 붙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구조조정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첩경"이라며 "구조조정기금도 필요하지만 은행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보강해줘야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