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금융사기범인 버나드 메이도프와 미국내 최대보험사인 AIG의 차이점은?
메이도프는 사기행각이 적발돼 유죄를 인정했지만, AIG는 파산지경에 이르러 정부로부터 1천7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AIG는 모두를 바보로 만드는 기막힌 일을 수행한 간부들에게 1억6천500만달러를 보상으로 지급키로 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의 수석 정치칼럼니스트인 로저 사이먼은 AIG의 보너스 파문에 관해 이처럼 냉소적이면서 비판적인 내용의 칼럼을 17일자 폴리티코에 실었다.
사이먼은 `변호사를 데려오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 사적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AIG가 보너스 지급을 강행한 것을 질타하면서 정부가 유능한 변호사들을 동원, 보너스 지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칼럼을 요약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AIG의 보너스 지급에 격노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흥분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보너스를 지급할 채비가 돼 있으며 살찐 고양이를 더욱 살찌울 준비를 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5일 ABC방송에 출연해 AIG의 보너스 지급이 터무니없는 행위지만 법치국가인 미국에서 정부가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없다며 보너스 지급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는 잠꼬대같은 소리다. 계약은 언제라도 취소되기 마련이다. 법률소송이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AIG의 경영진이 계속 엄청난 연봉을 받는 것은 무리다. 하물며 보너스까지 원한다면 소송을 걸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법원에서 일이 돌아가는 방식대로라면 AIG 경영진은 다음 세기쯤 판결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납세자들은 잠자코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임명한 AIG의 에드워드 리디 회장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해야 한다.
리디는 최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경영진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너스를 지급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리디의 서한은 또 "AIG는 원칙적으로 미국 납세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며, 임직원들이 자신들에 대한 보상을 재무부가 계속해서 임의로 조정한다고 믿는다면, 가장 영리하고 최고의 재능을 보유한 직원들을 유지한 채 회사를 이끌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가장 영리하고 최고'라니, 이 사람(리디) 진정으로 하는 얘긴가?
이런 천재들 때문에 AIG의 주가는 지난 1년 사이에 99%나 폭락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떠날까봐 걱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좋다. 이들을 떠나게 두자. 아마 그들은 도둑정치가 공식적인 정책인 짐바브웨에서 일자리를 구할지 모른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짐바브웨에서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올릴 것이다.
리디는 18일 의회 청문회에 나오기로 돼 있다. 의원들보다는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가 진행하는 데일리쇼에 나가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스튜어트는 심문하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의원들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월스트리트의 특혜를 입은 부자들은, 자신들이 평범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다른 세상에서 일하고 있다고 믿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원들은 이것을 따져 물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AIG의 보너스 지급을 막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모든 법적인 수단'이 핵심이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법에 어긋나게 행동하기를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AIG 변호사들이 주장에 밀려 대통령이 부질없이 분노만 쏟아내고 단념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미국에는 114만명의 변호사가 있고 매년 4만명이 새로 배출된다. 이들중에 AIG의 보너스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변호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민이 손해를 보면서 이번 사태를 수용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경제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기에 성난 포퓰리즘의 위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여러분이 이 문제를 놓고 분개하는 포퓰리스트가 될 필요는 없다. 대신 정신을 차리고 우리 정부가 무력한 거인이라는 생각은 떨쳐 버려야만 한다. 기업체에 돈을 쏟아붓는 대신 이들을 조사해야 한다.
AIG는 파산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클지 모른다. 그러나 AIG의 경영진은 감옥에 보낼 수 없을 정도로 크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