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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박연차..돈 살포 명목도 다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가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금품을 살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소 20여명의 정ㆍ관계 인사가 이번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는 `큰손'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 `세무조사ㆍ검찰수사 무마' = 박 회장이 거액을 뿌린 배경 가운데 하나는 본인에 대한 구명 로비 명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박 회장이 정권 교체 이후 다양한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고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 등이 잇따르자 이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

국세청은 박 회장이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을 차명거래하면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고 홍콩법인 APC로부터 배당이익을 받은 뒤 세금을 포탈한 정황을 잡고 지난해 7월부터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인 데 이어 4개월 뒤 검찰에 고발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박 회장은 결국 여ㆍ야를 막론하고 연줄이 닿는 인사에게 무차별 구명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추부길(53)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박 회장 자금관리인으로부터 지난해 9월 세무조사를 중단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직이 아닌 추씨에게 돈이 건네진 점으로 미뤄 당시 국세청이나 정치권 고위 관계자에게도 금품이 넘어갔을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추씨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아직은 제3자에게 전달된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기업인 C씨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혹이 이는 점을 감안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이 검찰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지난 1월 검사장급 간부 2∼3명이 박 회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 인사가 있어 수사가 멈칫한다는 말이 있지만 더 무섭고 독하게 하겠다. 수사하다가 뭐가 나올지 모른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 `불법.합법 불문한 정치자금' = 박 회장은 여ㆍ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과 친분관계를 쌓으며 `보험용'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본인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참여정부 핵심 인사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대해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은 또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경남 김해을 한나라당 후보였던 송은복(66.구속) 전 김해시장과 경남 김해갑 열린우리당 후보이던 이정욱(60.구속)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에게 각각 5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특히 일면식도 없는 이 전 원장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박 회장이 고향인 경남.부산지역 출신 국회의원 상당수에게 광범위하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으나 이들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 등에서 한결같이 "불법 자금은 물론 공식 후원금조차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법으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받아 합법적으로 영수증 처리했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박 회장은 2006년 부인과 회사 임직원의 이름으로 한꺼번에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에게 300만∼500만원의 후원금을 내기도 하는 등 `마당발 과시'에 합법과 불법을 넘나든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이 "나는 아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박 회장이 또 어떤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는지 검찰 수사에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