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조카사위 “박연차 500만弗, 사업투자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500만 달러가 흘러갔다는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연씨는 "500만 달러를 투자금 명목으로 유치했다"고 31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맏사위인 연씨 측이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넘겨받은 사실을 직접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연씨의 대리인은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연씨가 2008년 1월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라는 해외 창투사를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했으며,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인 같은 해 2월 하순 홍콩계좌로 500만 달러를 박 회장으로부터 송금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씨가 2007년 12월 박 회장에게 먼저 연락해서 해외 창투사를 설립하는데 투자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박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둘이 본래 잘 알던 사이인데다 장인과도 친분이 있으며 박 회장이 돈도 있고 베트남에 사업 기반도 있고 해서 부탁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씨는 2003년 케이알비즈라는 인터넷 회사를 운영할 때 태광실업으로부터 2천만원 상당 용역을 맡아 박 회장을 알게 됐고, 이후 박 회장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슈테크에서 6개월간 이사직을 맡으며 인연을 쌓았다는 것이다.

연씨의 대리인은 "500만 달러 중 절반을 실제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미국의 벤처업체에 투자했고 송금을 증빙할 자료가 있으며 나머지 돈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해외업체에 투자하기 편하게 하려고 계좌를 홍콩에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에서 연씨의 미국 계좌로 500만 달러가 송금됐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홍콩 계좌로 분명히 받았고 박 회장의 돈이 한국에서 왔는지, 홍콩에서 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또 500만 달러와 관련해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주려고 건넨 돈이다'라거나 `봉하마을 화포천 개발 투자금 명목으로 준 돈이다'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구두로 5년간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서너 차례 투자 상황을 설명했는데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연씨 측은 전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건평씨를 수사하면서 사위인 연씨를 출국금지한 상태이며 연씨가 받은 돈이 실제 투자금이 맞는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 측에 돈을 건넸다는 박 회장의 진술이나 관련 전표, 홍콩 현지법인 APC의 계좌 자료를 확보한 것은 없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이상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여부와 관련해 "지금은 계획이 없다. APC의 계좌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씨 측은 "검찰이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이 내주부터 지방자치단체장과 고위 공직자 및 정치인을 차례로 소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환 대상자로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 배기선 전 열린우리당 의원(수감 중),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 의원 측은 그러나 "소환통보를 받은 바 없으며 (박 회장의 진해 땅 고도 제한이 풀린 것도) 본인하고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일단 "세 명 모두에게 소환통보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