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 전자와 반도체 분야는 이득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세한 정밀기기업체는 타격이 우려된다.
전자업계에서는 “타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 반도체업계에서는 “타격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자의료기기 등 정밀기기의 경우, EU 업체들에 비해 규모 면에서 영세할 뿐더러 기술력도 상대적으로 낮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EU FTA 타결에 따른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가전에는 평균 2~14%의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FTA로 인한 수혜는 크지 않을 듯하다. EU는 우리나라 주요 가전 중 컬러TV 14%, 냉장고 1.9~2.5%, 에어컨 2.2~2.7%, 전자레인지 5% 등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1~2% 대로 관세율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동유럽 현지생산 역시 일반화돼 프리미엄급 가전을 제외하면 그 득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1997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반도체와 휴대폰, 컴퓨터 관련부품 등에는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관세 철폐에 따른 수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이고 EU는 비메모리 반도체 중심이라 경합 대상이 없어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EU와의 신뢰 관계 등 산업 외적인 간접 이득에는 영향이 있을지 모르나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지 않겠느냐”고 짐작했다.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유럽 반도체 업체들은 주력 분야가 다르다”며 “크게 주목하고 있지는 않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정밀기기 분야는 긴장상태다. 유럽의 지멘스나 필립스 등이 규모나 기술력에서 절대 우세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장비와 정밀계측기기, 전자의료기기 등에 적용되고 있는 8% 관세마저 없어지면 수입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성호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수출 비중이 큰 휴대폰 등 IT제품의 경우 현재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고, 다른 품목 역시 현지생산 비중이 약 80%에 달해 긍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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