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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서울을 찾은 북한 조문단을 접견했다. 북한 조문단은 이 자리에서 남북협력 진전을 원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이 대통령이 이날 오전 9시부터 30분간 김기남 비서 등 북한 조문단 일행을 접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북 측 인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북 측은 A4 용지 1장 분량의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낭독, 이 대통령에게 전했다. 청와대는 '남북 협력 진전에 관한' 내용이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남북 정상회담 제안, 특사 교환 등 획기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관측이 제시됐다. 북한 조문단 대표인 김 비서가 지난 22일 정치권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지도자의 결심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한 점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메시지의 민감성 때문이 아니라 외교관례상 서로 원하지 않을 경우 회담(면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친서는 없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받은 이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등을 포함한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 원칙을 설명하고 이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전달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북한정책 근간인 '비핵·개방·3000구상'을 고려하며 핵 포기와 대외 개방, 대화 재개 등에 대한 내용이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북한에 억류 중인 '800연안호' 선원의 귀환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북한 측의 조문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남과 북이 어떤 문제든 진정성을 갖고 대화로 풀어나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면담은 '일종의 상견례 자리'였으며 구체적인 대화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오늘 면담은 원론적인 수준의 대화였고 앞으로 실무 차원에서 대화하면서 풀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청와대는 "남북 관계가 국제적, 보편타당한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민족끼리' 핵 문제 등을 풀어나가자는 북측의 제안에는 거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청와대 예방을 마친 북한 조문단은 이날 낮 12시 10분 북한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북한으로 떠났다. 서울을 떠나기 전 김 비서는 청와대 예방과 관련해 "잘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