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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5시 9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지휘센터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나로호의 로켓과 위성이 분리된 순간, 발사통제동의 한승수 국무총리,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참관자들과 연구원, 그리고 지켜보던 국민 모두가 7전 8기 끝에 감격적인 국내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성공을 환호와 박수로서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약 한 시간 뒤 과학기술위성 2호가 목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환호는 순식간에 긴 탄식으로 바뀌었다. 7년 동안 나로호 발사에 내내 매달려온 연구원들의 일부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 발사는 이렇게 올 한해 성공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을 남긴 채, 미완의 꿈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러시아측은 이에 대해 자국의 발사체 1단은 성공한 것이라며 책임 회피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등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나로호’ 개발에 투입된 수천여억원의 비용이 공중으로 분해돼버렸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일부에선 나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다시 찾아 나로호의 정상궤도 진입 실패와 관련, “지혜로운 자는 실패를 통해 다시 큰 성공을 거두고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실패를 통해 좌절하게 된다”며 새로운 ‘도전’을 강조하면서 ‘절반의 실패’ 보다는 오히려 ‘절반의 성공’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비록 과학기술위성 2호를 목표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지만 이번 나로호 발사를 통해 얻은 성과를 잘 간직해야 할 것이다. 우선 로켓관련 기술, 인공위성 발사 기술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체득했을 뿐 아니라 발사 전과정을 운용해 본 소중한 경험도 얻었다.이는 내년 5월로 예정된 나로호 2차 발사의 성공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2018년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중인 순수 자력 발사체 ‘KSLV-2’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 열강들이 식민지 경쟁에 나서 영토확장에 혈안이 되었듯이 이제 세계는 바야흐로 본격적인 우주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이번엔 제한된 지구를 벗어나 우주 공간을 대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우주발사체 발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주 경쟁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때문에 나로호 발사가 계속 지연되고, 여전히 러시아 기술자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라 할 지라도 이를 참아낼 가치는 충분하다. 게다가 이번 실패를 통해 우주개발의 어려움과 철저한 준비의 필요성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년 5월쯤 다시 이뤄질 ‘나로호 2차 발사’에서 8전 9기의 성공과 우주 강국으로서 국민들의 열망과 자부심이 기쁨의 탄성으로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