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특집극으로 극장가에서 입소문이 무성한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내사랑 내곁에'를 빼고는 영화를 소개할 수 없을 것 같다.
줄거리 자체가 독특한 영화, 시한부 인생을 소재로 잡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얼마남지 않은 삶을 살다갈 백종우(김명민 분)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해 죽음까지 간호하는 이지수(하지원 분)란 여자가 충격으로 다가온다.
시놉시스는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알고 있는 종우는 자신을 돌봐 줄 수 있는 유일한 혈육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자란 장례지도사 지수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고 만다.
독특한 시나리오에 무덤덤하리만큼 종우의 병을 받아들이고 사랑한 지수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원래 사람은 다 죽어. 순서가 따로 없어. 그러니까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야"라는 대사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으로 늘 죽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당찬 여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여자가 병마와 싸우는 남편을 간호하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다.
백종우의 캐릭터 역시 낙천적인 스타일로, 전도유망한 법학도에서 루게릭병에 걸린 뒤 스스로 몸도 가누기 힘든 처지에서도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믿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투병 중에도 지수를 만나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고시공부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삶의 의지가 강한 남자인 종우. 그러나 자신의 몸이 변해갈 수록 점점 두려워지고 마는데...
이 영화의 또 다른 감정선은 종우가 입원한 같은 병동에 입원한 사람들이다. 전신마비나 식물인간 상태의 중환자들이 모인 6인실 병동은 비슷한 아픔을 지니고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받으며 지내는데, 이런 상황가운데 회복세를 보이며 수술의 희망을 찾게 된 환자도 하나 둘 생겨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종우와 지수의 모습은 감성을 자극한다.
한편, 6인실 병동에 다양한 아픔과 슬픔이 어울린 채 아픈 환자와 간호자로 출연하는 배우들 또한 독특하다. 환자로 임성민, 남능미를 비롯 아이돌 스타로 연기에서도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손가인, 임종윤과 그들을 각각 간호하는 임하룡, 최종률, 신신애, 임형준은 영화를 보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게 하는 구성으로 잘 짜여진 영화의 소스로 제 몫을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