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돌연 사퇴한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이 사퇴압력을 받은 바 있다고 직접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은 16일 오전 거래소 직원들에게 '퇴임의 변(辯)'이라는 제목의 고별 서신을 보내 "취임 이후 직·간접적 사퇴압력을 많이 받았다"며 "검찰 압수수색 수사와 감사기관의 압박, 금융정책 당국의 협박과 압박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존경하고 좋아하던 선.후배까지 동원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서도 "개인을 쫓아내기 위해 제도와 원칙을 바꾼 것"이라며 "어차피 사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므로 명분 있는 사퇴 방안를 생각했으며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입법 추진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래소 허가주의란 자본금 1천억원 이상인 주식회사가 투자자 보호장치와 충분한 시스템을 갖췄을 경우 누구나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것. 거래소 허가주의가 도입이 되면 복수거래소가 가능해져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가가 되며, 정부의 공공기관으로 지정에서 해제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편,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전 이사장은 취김 직후부터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바 있다.
그가 3년 임기를 절반가량 남겨두고 지난 13일 전격 사퇴하자 일각에서는 이 전 이사장이 사퇴압력을 받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직접 '외압'이 있었음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전 이사장의 이번 발언에 따라 후임 이사장 인선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