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배경을 놓고 외압 논란을 낳았던 이정환(55)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직접 밝힘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이정환 전 이사장은 16일 거래소 직원들에게 ‘퇴임의 변’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취임 이후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을 받이 받았다"며 "검찰 압수수색 수사와 감사기관의 압박, 금융정책 당국의 협박과 압박에도 시달렸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선.후배까지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증권 관련 단체와 사외이사, 직장 내부의 몇몇 인사들까지 회유했고, 부하로 데리고 함께 근무하면서 매일 접촉하는 사람들을 흔들었다”며 "하루하루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으며, 저 자신뿐만 아니라 임직원 여러분, 제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심지어는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을 쫓아내고자 정부 당국이 제도와 원칙을 바꿨다고 말해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이 자신의 사퇴를 겨냥한 것이었음을 암시했다.
이 전 이사장은 "명분 있는 사퇴 방안를 생각했으며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입법 추진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거래소 허가주의란 자본금 1천억원 이상의 주식회사가 투자자 보호장치와 시스템을 갖추면 누구나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허가주의가 도입되면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거가 돼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공모 절차를 거쳐 통합거래소 2기 이사장 후보로 선임됐으나 3년 임기를 절반가량 남겨두고 지난 13일 이후 1년7개월 만에 전격 사퇴했다.
이 전 이사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행정고시 17회 출신으로 국세심판원 심판관, 옛 재정경제부 국고국장과 공보관, 국무총리실 정책상황실장 등을 거쳐 2005년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올랐다.
증권업계는 이 전 이사장이 사퇴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압력에 시달렸다고 밝힘에 따라 후임 이사장 인선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