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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위기단계 상향조정 배경은

정부가 신종인플루엔자와 관련한 국가전염병재난단계를 최고단계로 상향 조정키로한 것은 신종플루가 대유행기에 접어들고 이로 인한 사회불안이 가중돼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10월초까지 비교적 잠잠하던 신종플루는 이후 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면서 학교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돼 병원마다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실제 지난달 중순까지 하루 감염환자 수는 1천500여명 수준이었으나 3째주 4천220명, 마지막주에는 8천857명으로 불과 2주만에 6배 가까이 급증했고 2명 이상 환자가 나온 학교 수도 추석연휴 직후 137곳에서 마지막주 1천134곳으로 9배가 늘었다.

전국 817개 표본감시의료기관의 외래환자 1천명당 인플루엔자 유사환자(ILI)는 20.29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올해 1월 수준(17.5명)을 초과한 상태다.

보건당국은 이 추세라면 매주 감염환자가 6만-10만 명씩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대정부 담화문을 발표할 때만 해도 위기단계 조정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정부가 방향을 일주일만에 선회한 것은 이처럼 신종플루의 확산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져 더 이상 지금의 대응태세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유행선언에도 불구, 그동안 정부가 위기단계를 올리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국민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줄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이를 늦추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치사율 등 신종플루의 위험성이 높지 않고 백신예방접종이 시작된 상태여서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칠만한 강력한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도 "신종플루의 확산세는 이달 하순께 정점을 보인 뒤 학생 백신접종으로 항체생성이 본격화되는 12월 중순부터는 꺾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시적인 대응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의사협회 등 일각에서 제기된 1,2주 휴교·휴업조치 필요성 주장에 대해 전국 차원의 학교 휴교령을 검토하다 폐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국가전염병재난단계 상향조정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전국 16개 시·도와 230개 시·군·구에도 단체장을 본부장으로 한 별도의 대책본부를 가동, 일단 신종플루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총력태세를 갖출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지면 필요할 경우 강제동원령 등 정부 기관과 민간 기관에 대해 강제성을 띤 지시를 할 수 있어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총체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가능해졌다"며 "하지만 모든 조치는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의료계 인사는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 전까지 학교 문을 닫고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을 신종플루 전문기관으로 전환하는 등 강도높은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