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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사진=재경DB) |
경기는 1-3으로 패했지만 허정무 감독은 당시 경기에서 마라도나 감독을 전담 마크한 추억이 또렷이 남아있다. 그때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김정남 감독은 차범근(현 수원 삼성 감독)과 최순호(현 강원 FC 감독), 박창선, 김주성 등을 앞세웠지만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고 한국은 12분 뒤에 추가골을 허용했고 후반 시작 1분 만에 세 번째 골을 내주며 무너진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 28분 박창선이 중거리슛으로 아르헨티나의 골망을 흔들며 한국축구 역대 월드컵 1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마라도나 감독은 허정무 감독의 집중마크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특히, 마라도나가 미드필드 중앙 부근에서 특유의 개인기를 앞세워 한국 선수 3명을 제치고 한국 골문 쪽으로 돌파를 시도했는데 허 감독이 태클로 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마라도나의 왼쪽 허벅지를 그대로 차는 장면이 연출됐다.
마라도나는 고통스럽게 그라운드에 쓰려져 있었고, 허 감독은 심판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볼을 차려 했다'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이후 허 감독은 '태권 축구'라는 신조어를 얻기도 했다.
이후 이 둘은 오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24년 만에 재회해 선수가 아닌 사령탑으로 지략대결을 펼친다.
특히, 두 감독은 24년 전과 지금의 입장이 달라진 상태라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선수 시절 화려한 개인기로 세계 스타선수로 자리매김했던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결승까지 올리며 당대 최고의 대우를 받아왔다.
하지만, 90년 이후부터 마라도나는 마약복용과 술·담배에 빠져들며 내리막길을 걷게 됐고 언론과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으며 선수시절을 최악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감독으로 부임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독불장군' 식의 지도력으로 맹비난을 받고 있고 남미예선에서도 4위로 턱걸이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 시절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해외파로 활동했고 대표팀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실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는 유럽·남미 강호들의 벽에 막혀 패배의 쓴잔을 마셨고 선수로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K-리그 감독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거치면서 지난 2007년 12월에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후 2008년 2월 칠레전을 제외한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과 평가전을 포함해 27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좋은 성적을 거두게 했다.
지난달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되며 이제 세계적으로 명장으로 조금씩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 축구는 아르헨티나와의 역대 전적에서 1무3패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허정무 호가 월드컵 본선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군단'을 만나 어떤 지략대결이 나올지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