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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21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무파업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사는 한 해 동안 파업을 한차례도 하지 않아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무파업을 기록하게 된다.
특히 올해는 어려운 경제위기를 감안, 현대차 노사협상 역사상 처음으로 기본급을 올리지 않는 임금동결에 합의한데다 파업결의나 파업 찬반투표까지 가지 않고 무파업을 이뤄내 의미를 더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21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대표이사인 강호돈 부사장과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노조위원장) 등 노사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1차 임단협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을 올리지 않는 임금동결, 경영성과 달성 성과금 300%(통상임금 대비)와 200만원, 경영실적 증진 격려금 200만원, 무파업과 임금동결시 100만원, 주식 40주 지급 등이다.
대규모 정리해고가 있었던 1998년 예외적인 한해를 제외하고는 노사가 임금동결안에 합의한 것은 22년이 넘는 현대차 노사교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또 고용보장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한 확약서 체결과 함께 사회공헌을 위한 노사공동사업, 3자녀 대학 학자금 지급 등 장학제도 및 건강진단 확대, 해외현지공장과 신기술 도입 분야 등 20여개 단협안에도 합의점을 찾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4월24일 올해 임단협 첫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교섭을 시작했지만 지난 6월 집행부가 노노 간의 내부 갈등 때문에 전격사퇴를 선언하면서 임단협도 중단됐었다.
결국 15년만에 합리 노선의 이경훈 지부장이 이끄는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5개월여 만인 지난달 17일 임단협이 재개됐고 12차례 교섭 끝에 잠정합의안을 이끌어 1994년 이후 15년 만에 한 해 동안 파업을 한차례도 하지 않는 기록을 다시 세우게 됐다.
노사가 무파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집행부가 중도사퇴하고 임단협이 5개월가량 늦춰지면서 연내 타결에 대한 노사, 특히 조합원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또 이번 협상 과정에서 임금동결안 때문에 비록 노동쟁의 조정신청까지 갔지만 합리 노선의 새 집행부가 무조건적인 파업보다는 조합원 실리와 권익을 위한 교섭에 집중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장규호 노조 대변인은 "타결이냐, 파업이냐를 두고 정말 어렵게 잠정합의한 만큼 조합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승권 현대차 홍보팀장은 "회사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며 "특히 어려운 가운데 노사가 함께 현실과 미래를 고려해 만든 결과물인 만큼 조합원들의 겸허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23일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갖고 가결되면 곧바로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