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잔재가 남은 2010년 경매시장 역시 큰 장이 설 전망이다.
IMF를 회상케 한 올 경매시장은 국제적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매로 내몰린 부동산들로 큰 장을 이뤄 15조 8천억 원이라는 경매사상 최대 자금이 몰렸다.
2010년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의 잔재가 남아있고 올해 4분기 경매 진행된 물건들 가운데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2010년으로 넘어가는 물건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 가계대출 급증
또한, 가계대출 급증 탓에 금리 상승이 경매물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542조 원이다. 한 해 만에 26조 원이 늘었고 매월 평균적으로 3~4조 원씩 증가해왔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하락을 막기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돈이 풀리게 되고 부동산 규제 완화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맞물리면서 대출을 받아서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으로 부동산 가치와 소득수준, 경제성장이 금리 상승분 이상으로 좋아진다면 큰 무리가 없지만 반대로 앞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가계의 채무능력이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높아 금리가 수직적으로 오를 경우 가계에 적잖은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결국 2009년 봄 이후 상승기에 무리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한 경우도 채무변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 층에겐 위기가 될 수 있다.
◈ 경매 대기 중인 물건 줄지 않아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다음부터 실제로 경매 공고되고 입찰일자가 잡히기까지 6개월 전후의 시간이 소요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러한 ‘예정물건’은 한 달에 9천 건에서 1만 건 가량이 경매개시결정이 나는 것으로 집계된다.
2009년 하반기 예정물건의 월별 추이가 큰 증가나 감소 없이 지속하는 것으로 볼 때 실제 경매 법정에 등장하는 2010년 상반기까지 매물의 양은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다만 얼마나 빠르게 소진되고 적체되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경매진행건수가 달라질 수 있다.
경매시장은 경제상황에 긴밀히 영향을 받는 하위시장으로 금리, 경기회복, 물가 등의 변수에 따라 경매물건은 증가 혹은 감소할 수 있다.
◈ 부동산 종류별 전망
△ 주거시설
주택 경매시장은 DTI의 확대 적용과 경기부진으로 2010년 초에는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봄부터는 다시 매수세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한시적 완화 혜택이 2010년 말까지 취득한 주택에 한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경우 절세를 고려한 자산가들의 주택매입이 뒤따를 수 있다.
인기몰이를 할 투자처로는 수도권 내 역세권에 자리 잡은 소형아파트가 꼽힌다. 대출규제로 자금동원이 얼마나 쉬운가가 투자의 관건이기 때문에 소형아파트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소형 주택은 경매로 구입하는 것일 지라도 취득가를 낮추는 쪽보다는 상승에 대비한 선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감정이 저 평가 됐다면 신건에도 낙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수도권과 지방의 대형아파트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서울과 인접지에 공급이 많아 수요가 다소 해소된 만큼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곳은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보금자리주택예정지, 서울 및 수도권 재개발, 뉴타운 지역의 연립이나 다세대, 송도와 청라를 포함한 인천은 2010년에도 여전히 블루칩으로 대접을 받을 것이다.
△ 상업시설
상업용 부동산은 대출이나 세금 규제보다는 실물경제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부동산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적으로 감정가 대비 40% 수준에 머물던 낙찰가가 경기가 회복되면서 하반기부터는 50%대로 올랐다. 수도권의 상가는 2009년 초 낙찰가율 50%대로 출발하여 60%를 넘는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2010년에는 실물경기가 비교적 호전될 것으로 보여 입지와 상권이 우수한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일부 살아날 전망이다.
다만 금리 인상이 될 것을 고려해도 임대수익률이 기대되는 우량상가와 비우량 상가를 구분하여 투자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내 오피스텔이나 근린상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종류로 꼽힌다.
△ 토지
부동산 불경기에 거래가 가장 위축되는 토지는 2009년에 최대 경매물량이 쏟아졌다.
한해 동안 토지 경매 진행건수가 10만 건 가까이 달해 전체 부동산의 1/3가량을 차지했다. 낙찰가율도 전년대비 10%p이상 낮아졌다. 경매물건은 많고 매수자는 적고 토지에 대한 응찰자들의 가치평가가 인색했던 한 해였다.
내년 경기 회복이 빨라진다면 침체기에 미뤄뒀던 토지 수요가 늘면서 가격 변동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2010년 말까지 유예되는 점을 이용, 호재가 있는 토지는 매수세가 뒤따를 수 있다. 개발제한 구역과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해제될 가능성이 큰 지역, 보금자리주택 주변, 토지 보상 인근 지역이 땅값 상승의 견인작용을 할 곳으로 꼽힌다.
2010년 토지경매시장은 혼란이 예상된다. 토지거래허가지역이 대거 풀린 서울 및 수도권은 낙찰 후 일반시장에서의 매각이 쉬워져 수요가 증가하고 낙찰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방토지는 기업도시, 정부기관 이전 등 정부 추진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