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며 대출능력을 억제하고 나섰다. 당국자가 나서 완화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번 조치는 중국이 인플레이션 및 과열 억제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오후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PBoC)은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18일부터 16%로 0.5%포인트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극에 달했던 2008년 12월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한 후 1년 1개월만의 지준율 조정으로, 춘절(설) 이후에나 지준율이 인상될 것이라는 시장 예상보다 한 달이나 빨라 금융 시장에는 충격을 주고 있다.
발표 직후 중국 정부 측은 지급준비율 인상이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오펑치(曹風岐) 베이징대 금융증권연구소 주임은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와 인터뷰에서 "지준율 인상은 당국이 화폐량 증가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정식으로 통화긴축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지준율 인상이 예상보다 일찍 단행된 것은 유동성 증가세가 너무 빨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 시중은행들의 신규대출이 10조위완(1천700조원)으로 전년의 2배가량으로 급증했다. 또 막대한 재정 부양책과 유동성 공급 정책에 따라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해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고, 수출회복세에 따라 해외 자본 유입도 거세다.
중국 정부가 이번 지준율 인상으로 금융권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로 하면서, 이번 조치가 정책 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오 주임은 "금리는 CPI가 3개월 연속 3% 이상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신호가 나타나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후 "금리인상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그때가 되면 정책변화들이 더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에 따라 지난 해 80%나 급등한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중국 담당 분석가는 "이번 조치는 정책기조의 전환으로 해석되면서 상품 및 주식시장은 초기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