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출구전략 돌입…은행 지준율 인상

인도가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을 높이며 출구전략에 돌입했다. 다만, 기준금리는 동결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중앙은행(RBI)은 29일(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 5.0%인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5.75%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0.5%포인트 인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인도가 지준율을 올린 것은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인도 중앙은행의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이 임박했음을 암시한다는 평가다.

인도 중앙은행은 우선 다음 달 13일 지준율을 0.5%포인트 인상하고 다음 달 27일 나머지 0.25%포인트를 올릴 계획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이번 지준율 인상으로 약 3600억 루피(약 9조 원)의 시중 유동성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준율은 금융사들의 예금총액에 대한 현금 준비비율로 지준율이 오르면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인도를 강타한 식료품발 물가 급등이 다른 공산품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자 시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도에서는 식료품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16~17%가량 상승하고, 작년 11월 4.78%였던 도매물가지수(WPI) 상승률이 한 달 새 7.31%로 뛰는 등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도 정부가 출구전략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체탄 아야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세가 가파른 데 반해 실질금리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인도 중앙은행은 "2010회계연도에 인도 경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급증 염려 역시 커질 것"이라고 이번 지준율 인상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오는 3월 마감되는 2009회계연도 인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0월 전망치 6%를 크게 웃도는 7.5%에 이를 것이라고 인도 중앙은행은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도매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6.5%에서 8.5%로 인상했다.

하지만, 인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4.75%로 동결했다. 지준율 인상 효과와 물가 추세를 보아가며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