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미국 금융규제안의 핵심인 볼커 룰(Volcker's rule)을 국내 은행에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볼커 룰'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금융 규제 방안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야 한다는 폴 볼커(Paul Volcker) 백안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의 주장이다.
진 위원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가 '금융산업 재도약을 위한 미래비전' 세미나에 참석, "볼커 룰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으나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 금융이 처한 상황은 선진 금융시장과 다른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차원의 흐름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진 위원장은 "이미 한국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가 철저하고 은행에 대한규제도 매우 강하다"라며 "과도한 성장이 문제가 된 선진 시장과 달리 우리 금융시장은 과도하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은행은 주식 등 유가증권에 자기자본의 60%이상 투자할 수 없게 돼있다.
또 진 위원장은 "오히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회사 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외환부문에서 취약성이 드러났다"며 "미국 규제를 일률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이번 위기에서 노출된 우리의 구조적 취약점은 철저히 개선하되, 금융산업 육성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진 위원장은 전 세계 금융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시장은 항상 효율적이다', '시장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논리를 선뜻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종전의 소프트 터치(Soft-touch) 방식의 규제나 감독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