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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家 ‘항복’ 사재출연 합의

금호아시아나 그룹 오너 일가가 결국 사재를 출연에 의견을 밝히며, 채권단에 집을 제외한 전재산을 담보로 내놓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채권단 부행장들과 금호 오너측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갖고, 오너 일가 전원이 채권단에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내놓고 처분 위임권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은 사재 출연 최종마감 시한인 지난 7일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지만, 채권단 사이에서 그룹 전체의 법정관리 가능성과 경영권 박탈 등을 거론하자 이날 최종 사재출연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금호일가는 보유 계열사 주식의 처분권을 넘김에 따라 그룹 경영권을 보장받기로 했다. 또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길을 밟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채권단은 기존 계획대로 금호석유화학의 자율협약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금호 워크아웃 개시 때부터 채권단은 지주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의 자율협약 전제조건으로 오너일가에 사재 출연을 요구해왔다.

채권단은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채권단은 2월 안에 구조조정 틀을 잡고 3월에 세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설 이전까지 금호그룹에 추가 자금으로 약 38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긴급운영자금 지원이 결정된 금호산업 및 결의 예정인 금호타이어에는 노조동의서가 제출될 경우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등 주력 4개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추진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책임이행을 거부해 온 일부 대주주가 경영책임 이행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해 옴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된 대주주의 경영책임 이행문제가 일단락됐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해 당초대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주식은 총 177만여 주로 지분율은 62.3%, 시가로는 2500억 원 가량이다. 1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 아들 박재영 씨 4.45%, 2남인 고 박정구 회장 아들 박철완 씨 11.96%, 3남인 박삼구 명예회장과 그 아들 박세창씨 11.96%, 4남인 박찬구 전 회장과 아들 박준경 씨 17.96%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