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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재정 위기…국내 영향 제한적

이번 유럽발 위기는 일부 국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유럽 지역의 총체적인 재정 취약성을 표출시키며 유로존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번 위기의 진원국인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은 자금조달에 있어 대부분 유럽시장에 의존(60% 상회)하고 있음에 따라 관련 채권 보유국인 영국,독일. 프랑스 등과 같은 선진 유럽 국가들까지도 신용 리스크를 떠안게 되었다.

이들 국가들 중에서 디폴트(부도)가 발생할 경우 여타 국가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고 단일통화를 쓰고 있는 EU 체제가 붕괴될 위험에 빠질 수 있어 결국 EU 또는 IMF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그리스 한 국가에 한정된다면 그리스의 GDP 및 부채 규모를 감안할 때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푸르덴셜 증권은 10일 보고서를 통해 "그러나 다른 국가들로 연쇄 부도가 발생하며 유로존 전체로의 위기로 확대될 경우 글로벌 경기와 금융 시장은 상당한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그리스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염되지 않도록 EU의 총체적인 노력이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증권사는 이어 이머징 국가들이 양호한 재정 상태와 탄력적인 경기 회복 속도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에서의 위상이 커지고 있어 이번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재차 경기 침체를 경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재 PIGS 국가들의 국채 만기는 2분기를 전후로 집중되어 있어 유럽 재정 문제는 2분기 전후로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주말(2월 5~6일)에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위기를 유럽 스스로 해결하자는 데에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EU 차원의 지원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그리스에 대한 EU의 조치는 앞으로의 재정 취약 국가들 처리의 선례가 되므로 그리스 정부나 다른 국가들의 모랄 헤저드를 막기 위해 EU는 그리스에 최대한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금융 시장의 변동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PIGS 재정 위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이후 경기 모멘텀 둔화와 중국의 긴축 부담 및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움직임과 더불어 유럽발 신용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주식 시장 및 원자재 시장은 조정 압력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푸르덴셜증권은 이정은 연구원은 "따라서 단기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면서 안전자산과 방어적인 성격의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여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번 PIGS 국가들의 재정 위기 쇼크는 작년 초 동유럽 사태와 작년 말 두바이 쇼크 때처럼 일시적인 시장 급락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동유럽과 두바이 대비 PIGS 국가들의 부채 규모가 훨씬 많은 수준이다. 동유럽의 경우 위기 당시 국가부채 규모가 1조 5,000억달러였고, 두바이의 경우는 800억달러였다. 반면 2009년말 PIGS 국가의 부채규모는 4조2,750억 달러로 동유럽 위기 대비 3배 가량이며, 유로 지역을 모두 합산할 경우 10조 6,080억 달러로 7배가 넘는다. 

연초 이후 여러 대외 악재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경기 모멘텀 둔화 우려까지 확대됨에 따라 이번에는 지난 해 두바이 쇼크 이후와 같은 탄력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대 수익률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다행스러운 점은 유럽 재정 불안이 국내로 전염될 가능성은 현재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경우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져는 3.8억달러(2009년 9월)로 전체 익스포져 534억 달러의 0.72%수준에 불과하고 스페인(0.6억 달러, 0.11%), 이탈리아(1.9억달러, 0.36%), 포르투갈(0.2억달러, 0.04%) 등도 국내 금융기관의 익스포져가 낮은 상황이란 분석이다.

또한 PIGS 국가들의 한국 투자 자금도 1천억원에 그쳐 자금 이탈이 있다고 하더라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간접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의 위험자산 회피와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요인에 의한 외국인의 매도 압력으로 수급 불안이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조정으로 12개월 선도 PER가 9배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며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EU의 향후 대응 방안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추가적으로 조정이 확대될 경우 국내 주식형 펀드 중 대형 우량주 펀드와 기치주 펀드 중심의 분할 매수 전략은 유효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