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중이라고 17일 공식 발표함에 따라 STX그룹주는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대우건설은 전일보다 3.98% 오른 1만1,750원에 끝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했다.
반면 STX(-5.14%), STX팬오션(-5.86%), STX조선해양(-2.53%), STX엔파코(-4.37%), STX엔진(-5.49%) 등 STX그룹주는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STX가 대우건설 인수에 뛰어든 것은 가나, 이라크 등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잇달아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해외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최근 아프리카 장기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뒤 주요 임원들에게 "중동과 아프리카를 나가봤더니 돈되는 프로젝트가 널려 있는데, 우리 역량만 있다면 돈을 쓸어담겠더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증권전문가들은 STX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뛰어든 것은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보다 금호사태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더 크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TX가 1조원 정도의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순수하게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2의 금호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원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도 "STX그룹은 이미 여러 차례 인수합병(M&A)을 추진했기 때문에 경영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인데 계속 그룹을 키워나가는 것이 부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은행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 39.6%를 주당 1만8000원에 매입하되, 풋백옵션 계약에 의거한 차액은 원금과 이자로 나눠 차등대우하겠다고 제안했다.
반면 FI측은 원금과 이자 구분없이 채권단과 동등한 채무재조정 등을 요구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17개 FI중 산은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곳은 3~5개였으나 추가로 늘어나는 양상이다.
FI들이 가진 지분 전체(39.6%)에 금호 계열사의 보유지분을 합해야 경영권 매각에 필요한 50%+1주를 채울 수 있는 만큼 FI와의 협상이 선결과제인 셈이다. 산은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우건설 인수 논의는 섣부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초 동국제강이 대우건설 인수 참여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미국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이 최근 인수의향서를 냈다.
STX그룹도 인수의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매각의 전제조건인 풋백옵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 매각론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