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을 안긴 이승훈(21·한국체대)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을 만들었다.
이승훈은 24일 새벽(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12분58초55로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4일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승훈은 아시아인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한 주인공이 됐다.
이전에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일본의 시라하타 게이지가 10000m에서 4위에 오른 것이 아시아 최고 성적이었는데 이승훈이 금메달 쾌거를 달성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시아인으로는 10000m에서 세 번째로 출전한 이승훈은 원래 쇼트트랙 선수였지만 지난해부터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해 놀라운 성과를 거둬왔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신기록까지 세우며 놀라운 발전을 보여왔고 전환한지 7개월 만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얻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이로써 이승훈은 이번 모태범, 이상화에 이어 한국 빙속 세 번째 금메달을 따냈고 모태범에 이어 한국 빙속 두 번째로 메달 2개를 획득하는 영광을 얻었다.
이날 경기는 16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이승훈은 네덜란드의 반데 키에프트 아르젠과 5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초반에 여유롭게 레이스를 펼친 이승훈은 400m 지점에서 현재 선두를 지키고 있는 노르웨이의 스베레 하우글리의 기록을 0.69초 앞섰다.
2000m 지점에서 이승훈은 2초나 앞섰고 5200m지점에서는 하우글리와 무려 10초22나 차로 기록을 단축시켰고 마지막 바퀴에서는 같이 레이스를 펼친 아르젠과 한 바퀴 차로 따돌리며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 결승점에서 12분58초55로 통과하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네달란드의 요쳄 우이트 데 하게가 세운 올림픽 신기록(12분59초32)을 0.37초 앞당겼다.
그러나 2006 토리노 대회 10,000m 금메달리스트 봅 데용과 밴쿠버 대회 빙속 5,000m에서 금메달리스트이자 10000m 세계기록 보유자 크라머의 레이스가 남아있었다. 이들의 레이스 결과에 따라 메달 색깔이 결정될 상황이었다.
봅 데용은 이날 10000m에서 13분06초73에 그치자 예상외로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크라머는 놀라운 스피드로 2,000m 구간부터 이승훈의 기록을 조금씩 앞서기 시작하며 초초하게 만들었지만 레이스 중간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8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코너로 진입할 때 아웃코스로 들어가야 했던 크라머가 게라드 켐케스 코치의 지시를 듣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인코스로 진입해 실격을 당했다.
이로 인해 이승훈이 금메달이 주인공이 되면서 이번 올림픽 한국의 여섯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