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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조선사들 재무상황 악화..현금이 없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년새 급격히 줄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조선 `빅3`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2008년 말에 비해 절반 이상 줄고 차입금은 무려 13배나 늘어났다.

더욱이 인도 연기가 이어지고 후판 가격도 큰 폭으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자금 상황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조선업체들의 현금 보유량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조선 업황의 더딘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 이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까지 배제하진 않고 있다.

◇ 조선 빅3도 현금이 없다..차입금은 늘고 현금은 반토막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소위 조선 빅3는 2008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순차입 구조로 바뀌었다. 지난해 말 현재 순차입금은 현대중공업 1479억원, 대우조선해양 1조2809억원, 삼성중공업 1조692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세 업체 현금성 자산 합계는 2008년 말 5조956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무려 3조2174억원이나 줄어 2조739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현금성 자산이 2조4463억원에서 7416억원으로 70% 가까이 줄었고, 삼성중공업 역시 2조4899억원에서 1조852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 후판 가격 인상에 또 고민

이들 조선업체를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은 후판 등 원자재의 대폭적인 원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체, 일본 고로사와 후판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최대 30%가량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포스코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도 원료 가격 인상으로 조만간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도 지난해 비해 수주는 늘어.. 조선업황 개선 늦어지면 유동성 위기 현실화

이 같은 대형 조선업체들의 가파른 유동성 감소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수주난을 겪으면서 촉발됐다. 

수주가 줄어들면서 선박 계약시 받는 선수금이 유입되지 않았고, 기존 발주사들은 선박 인도 연기를 요청과 함께 나머지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조선업체들이 유동성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됐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지난해에 비해 수주가 늘어나고 있고, 최악 상황을 맞았던 세계 해운시장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라는 것도 위안거리다.  또한 벌크선 운임지수(BDI) 등 해운 시황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기준 BDI는 3506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반기 조선업체들의 유동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수주 가뭄으로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운영자금을 써왔고, 이로 인해 금융비용 등이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진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조선업황이 언제쯤 본격적인 회복국면을 맞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