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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성 “마리아는 또 다른 나, 또 다른 모든 사람 인생 이야기”[인터뷰]

데뷔 30주년,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오면서도 한 작품만 8년 동안 롱런해온 뮤지컬 배우 강효성. 강효성은 '마리아 마리아'가 초연된 2003년부터 마리아를 맡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이 역할로 2004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마리아 마리아'를 떠난다는 강효성. 지난주 숭실대입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효성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우아했다. 그와 함께 작품 '마리아 마리아'에 대해서, 그의 배우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8년간 '마리아 마리아'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작품 '마리아 마리아'는 제목도 마리아이지만, 작품 속에서 마리아의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요. 무대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생해야 하고, 순간순간 본인이 감동받고 어느 순간이라도 놓치면 안 되고... 처음과 끝을 책임질 수 있는 역할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작품의 좋은 배역이라도. 이런 면에서 일단 배우로서 굉장히 욕심나는 작품이죠. 무대에서 오래 있으니 관객과 오래 만나고, 관객의 감동받고 눈물을 훔치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에너지 받고... 끊임없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한다는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아요. 여배우로서는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해요. '마리아 마리아'에서의 마리아는 '지킬앤하이드'에서의 지킬과 하이드와 같죠. 제가 그만두면 많은 여배우들이 욕심을 내지 않을까요(하하).

그동안 많은 좋은 작품을 했지만, 유독 '마리아 마리아'는 제가 너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 주는 작품이예요. 마리아는 특별히 각자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고, 깊은 마인드를 건드리는 작품인 것 같아서 무대에서 보람을 느끼는 작품이죠. 제가 만약 다른 계획 없다거나 나이 들지 않고 멈춰 있다거나 한다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세월은 가고, 저도 양심이 있죠. 빨리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지 않을까요...

Q: '마리아 마리아'가 강효성에게 어떤 작품인지?

'마리아'는 또 다른 내 자신이고 또 다른 모든 사람이죠. 사람들이 살아나가는데, 얼마큼 만족하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저의 직업이나 위치를 보고 행복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와중에도 전 불행할 때가 많았어요. 행복했지만 불행, 알게 모르게 어떤 위치에 있어도 자기 만의 고통 있죠. 모든걸 가졌을 것 같은 재벌들도 자살하는데 그런 결정에는 아픔이 다 있거든요. 마리아는 밑바닥 사는 창녀죠. 모든 사람들이 밑바닥을 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고통을 갖고 살고있어요. 그것들을 이겨나가는 방법이 이 마리아가 처음 원했던 로마, 즉 미지의 세계에 대한 어떤 것일 수도 있고, 몸을 팔아서 돈을 모으는 재미일 수도 있고, 뭔가 있겠지만 그 모든 것에서 자기가 행복하지는 않아요. 각자 나름대로 신앙을 갖고 살고 있을 텐데, 같은 사람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와의 교류를 통해 내 마음의 정화를 얻고 해답을 얻어 생기는 마음의 평화가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요?

저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그런 마음으로 이 작품을 보기 때문에 이 작품 보고 나서 자기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몇몇 스님들도 관람하시는 걸 봤어요. 한 종교의 이야기를 모태로 삼았지만 어떤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을 건드려줬다고 생각해요.

Q: 이번 마리아는 어떤 마리아?

(박)상우 연출이 그래요. "가장 예쁘고, 가장 섹시하고, 가장 어린 마리아 만들어보자"고. 나이는 더 드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가식적으로 한 번 가보자 생각해요. 무대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제 나이 49세인데 사람들이 그렇게 안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조금만 더 속이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이에요(하하)

Q: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가길 바라는지?

요즘 세상은 너무 험악하고 죄를 저질러도 당당하고... 무서울 지경이잖아요. 그러나 이게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자동차 밖으로 담배 꽁초를 버리는 작은 행동에서 타당성을 찾으면 나중에 더 큰 위법행위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이 작품을 보고 원천적인 기본적인 인간의 마음, 선한 마음이 바탕이 되는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해요. 각자가 본인이 처한 위치에서 정말 인격체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다운 것 사람의 격을 갖고 살아가는 것 말이에요.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그거예요.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게 뭐냐라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출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그렇다면 마리아를 하차하고자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유 중 하나는 내년 공부하러 가야겠다는 생각, 처음엔 미국, 지금은 유럽쪽으로 마음 붙일려고 해요. 계획이고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 계획 세워놓고 제일 먼저 정리해야할 작품이 '마리아 마리아'란 마음이 들었어요. 실질적으로는 후배들이 언제부터인가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후배들의 연령대와 멀어졌구나, 그렇다면 박수칠 때 떠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자리에서 정리해야 할 시점이 오지 않았을까? 은연 중 상황이 그렇게 정리되어 가는 느낌이고 그걸 거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이번 기회가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고, 정체되어 있는 걸 안 좋아해요. 저로서는 끊임없이 서운한 건 사실이지만, 조금 더 나은 나의 미래를 위해서나 후배들을 위해서나 현명해야겠다 생각해요. 욕심만 갖고 세상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깐요.

Q: 후배 마리아들에게 한마디

그동안 저랑 같이 마리아를 했던 후배들 중에 훌륭한 친구들 많아요. 노래 부분은 젊은 배우들이 잘하고, 저도 귀 기울여 배우기도 했고. 그러나 중요한 건, 정답이라 할 수 없을지라도 아마 그거일꺼예요. 마리아는 한 여자의 인생, 드라마틱한 인생을 다룬 작품이에요. 나 아닌 다른 사람 인생 이야기하는 것은 그 배우가 그만큼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살아야 표현할 수 있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연륜적으로나 연기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아직은 어린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관객들한테 감동주는 것은 노래도 있고 많은 것이 있지만, 이 뮤지컬은 드라마틱한 뮤지컬이고, 장점이 그 드라마를 통해 심리를 건드리는 것, 연기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하면 잘할 것 같고, 오래 하다보면 농익은 연기가 발전되어지겠죠.

Q: 그렇다면 '이 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는 것 있는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해외 나가 공부하겠다는 게 거창한 거 아니예요. 다만 제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고 아쉬움이 많아요. 우연한 기회에 외국에 갔다가 넓은 세상을 보면서 이 넓은 세상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라는 게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하죠?(하하) 그러나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출발이죠. 그 끝은 저도 몰라요.

저는 배우를 천상 직업으로 사명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가진 달란트에 대해서도 감사하고요. 기회가 된다면 꼭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서 저의 연기와 달란트를 통해 그들에게 힘과 용기와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김수환 추기경이나 마더 테레사 등 분들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겉으로 가진 것이 없어도 그들은 항상 행복했을 거예요. 제가 그들처럼 대단하게는 살 수 없지만 작게나마 그런 일에 동참하고 싶어요.

여태까지 주로 카리스마나 섬세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기회가 된다면 예전 했던 작품인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 같은 좀 더 편하고 푼수 같은 모습으로도 찾아뵙고 싶어요. 그리고 고별무대는 80대에 하고 싶어요. 꿈이 그거예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젊은 관객들에게 초점 맞춰져 있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나이 든 분들도 멋지게 차례입고 나와 노래 부르고, 너무 멋있더라고요.

제가 이런 생각 갖게 된 데는 또 백성희 선생님 몫도 커요. 백성희 선생님의 '멧돼지와 꽃사슴'이라는 작품을 봤는데 저는 그분을 60대 중후반으로밖에 안 봤어요. 근데 그 작품할 때 나이가 82세였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멋지지 않아요? 뮤지컬 쪽에는 윤복희(64) 선생님도 계시지만, 백성희 선생님을 보면서 큰 충격 받았어요.

뮤지컬에서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제가 80대가 되었을 때는 머리가 하얀 백발이겠죠, 하얀 백발에 빨간 루즈를 하고, 반짝이는 스팽글이 달린 옷을 입고, 멋지게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 받고 노래하고 내려온다. 너무 멋지죠. 나이 들면 작품 수도 줄어들겠지만 끊임없이 준비해서 끝까지 가보고 싶어요. 그게 뮤지컬의 역사가 될 수도 있고 모르는 일이잖아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된다면 그것 또한 영광이죠.

Q: 30년 이상은 더 가야 하는데, 체력이나 자아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그건 습관이 되어 있어요. 저는 생각보다 제 자신에 대해 욕심이 많아요. 근데 시간도 안 되고 따로 운동은 못하지만 항상 해요. 예를 들자면, 어느 순간에도 앉는 자세에 신경 써요. 항상 복부를 긴장시키고 앉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항상 발끝을 발레리나처럼 포인하고 서요. 그래서 신발이 금방 망가져요. 집에서 아이를 키우니 밥하고 설겆이하지만 부엌에서도 내가 배우다라는 걸 잊지 않아요. 싱크대가 낮으니 허리 안 굽히고 발레 2번 아웃 다리동작으로 몸 낮추고 허리 펴고 설겆이 해요. 티비 볼 때도 요가 공에 앉아서 운동하면서 본다거나, 아침에 일어날 때 꼭 침대에서 2~30분 몸 풀고 일어나요.

이렇게 어느 순간 내가 몸을 움직여야 될 때, 갑자기 안무 받을 일 있기도 하고요, 아파서 다음날 기어다니는 일은 없어요. 저는 평소에 했기에 그런 일이 별로 없어요. 이 부분은 후배들에게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후배들이 이런 쪽으로 게을러요. 저보다 많은 재능을 가졌지만 배우라는 마인드에 있어서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더 훌륭한 거 같아요.

데뷔 30주년 강효성,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지만, 지난 날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더 멀고 해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향후 30여년 강효성의 나아갈 길이 더욱 기대가 되고 올해의 '더 섹시하고 더 예쁘고 더 어린' 마리아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관객한테 다가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강효성의 '마리아 마리아'는 오는 24일 명보아트홀 가온홀에서 개막해 오는 5월 16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