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향후 인수합병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미래에셋제1호기업인수목적은 시초가 1540원에서 지난 17일 장 마감 시 2690원까지 급등했다. 이 종목은 상장일 포함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미래에셋제1호기업인수목적은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스팩 주가 급등 현상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스팩의 주가가 너무 오르면 상대방 회사가 스팩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써야할 합병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며 "이 경우 스팩과 합병하려는 비상장회사가 합병을 기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팩은 증시 상장 후 일정기간(3년) 이내에 우량 비상장기업을 합병해야한다. 합병에 성공한 뒤 대상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스팩은 그 수익을 스팩에 투자한 이들에게 배분한다.
그런데 주가 상승으로 합병비용이 증가할 경우 비상장회사가 합병을 꺼리게 된다. 이 경우 스팩의 설립 목적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투자자들이 주주총회 시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스팩 투자자는 합병에 찬성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금을 뺄 수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투자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투자자는 타 기업 인수에 뒤따르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당사자인 미래에셋제1호기업인수목적 측 역시 분위기가 과열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인수합병까지는 앞으로 1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과열 상태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의사항, "원금 보장 기준은 현재가 아닌 공모가"
이구범 미래에셋증권 투자금융사업부 사장은 스팩 투자 시 유의사항도 전달했다.
이 사장은 "일부 투자자들이 스팩 합병 실패 시 무조건 투자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크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인수합병 실패로 스팩이 해산된다면 공모가(1500원)에 준하는 수준 외에는 대부분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한 스팩은 예치된 공모 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반환한 뒤 해산된다. 이는 국내 스팩제도가 스팩으로 하여금 공모 자금의 90% 이상을 신탁기관인 한국증권금융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제1호기업인수목적은 공모 자금의 95%를 예치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반환되는 돈이 공모 당시 모집된 자금을 기준으로 지급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가가 급상승한 뒤 스팩 주식을 산 투자자는 합병 실패 시 현재가가 아닌 공모가를 기준으로 자금을 돌려받게 돼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