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이 연출한 이상한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가 대학로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이 뮤지컬은 말 그대로 이상한 뮤지컬이다. 뭐가 이상하냐고?
우선, 이 뮤지컬의 연출을 맡은 뮤지컬 배우 송용진은 대학로에서 주를 이루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일반적인 형식을 벗어나고자 했다. 그는 색다른 내용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관객들에게(관객층은 주로 젊은 층) 뜻밖의 기쁨과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내용은 돼지독감으로 여자가 다 죽고 저 신비의 땅 '원더랜드'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순수하고 섹시한 여자들인 '치어걸'을 찾아간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 설정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여자의 목숨만 앗아가는 질병이 있다니. 게다가 온갖 모험을 무릅쓰고 신비의 땅 원더랜드를 찾아가는 선장은 또 동성 항해사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설정은 뮤지컬을 즐기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송용진은 B급 정서로 무장한 이상한 뮤지컬이라고 밝혔기 때문.
하지만, 그 엉뚱함 속에도 인생사는 법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아는가? 처음 외적들의 침입을 받았을 때 이들이 적을 물리치는 방식은 초울트라헤비급 에너르기 공격인 욕주문. 하지만, 거세찬 파도가 밀려왔을 때 이 초울트라헤비급 에너르기 주문도 효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때 이들이 취한 방식은 '해피 오프가즘 댄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마음을 모아 제일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이 춤을 출 때 흉악하고 악착같은 파도는 잠잠해진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 아닌가. 때로는 마음속 불편한 감정을 속 시원히 털어놓는 것도 괜찮은 해결방법이다. 그러나 인생에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는 오히려 웃음으로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일 때 맑은 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지난해 우연히 서울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서 일회성으로 무대에 오른 이 공연은 의외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롤링홀에서 모두 20차례 정기공연을 하는 등 흥행을 이뤄냈다. 이에 올해는 홍대에서 대학로로 옮겨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
홍대 문화를 즐긴다면 꼭 한 번 송용진과 그의 딕펑스호 선원들과 함께 치어걸을 찾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시종 끊이지 않는 음악은 콘서트를 방불케하며, 재즈, 오페라, 국악, 로큰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풍성한 음악의 향연을 선사한다. 게다가 권상우, 박신양, 지드래곤, 김연아 등의 패러디, 인기 가요 표절 시비에 대한 풍자, 홍록기의 깜짝 카메오 출연(모니터를 통한)은 덤으로 주는 선물. 공연 시작 전 선원들이 직접 나눠주는 초콜릿 멀미약, 해적스티커나 해골, 해적 관련 드레스코드 착용 후 공연장 입장 등은 '이상한 나라' 즉 '송용진의 딕펑스호'에 타게 된 기분을 실감 나게 할 것이다.
송용진이 연출한 이상한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는 오는 31일까지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