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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당국 리먼 회계 부정 미리 알았다”<FT>

미 금융감독당국이 리먼브러더스의 회계조작 사실을 금융위기 발생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경쟁사였던 메릴린치의 전현직 직원들의 말을 인용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전부터 이 회사가 회계조작을 해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먼이 회계 부정을 통해 적자를 감추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이를 방관해 더 큰 위기로 이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19일(현지시각) 금융위기 당시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공개해야 한다고 19일 판결했다.

당시 메릴린치는 “리먼에 비해 메릴린치의 유동성이 부족한 이유가 뭐냐”며 항의하는 거래처와 투자고객들의 압박에 못이겨 사실 확인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했으며 내부적으로 회계방식 변경에 대해서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안톤 발루카스 리먼 파산 조사관이 지난 11일 뉴욕연방 법정에 제출한 ‘파산조사보고서(발루카스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히고, 메릴린치의 주장대로라면 미 금융감독당국의 관리들이 리먼의 회계조작을 금융위기 이전에 사전 인지한 것이 된다고 전했다.

리먼의 회계 장부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은 건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는 JP모건과 씨티그룹이 리먼에 빌려 준 돈에 대해 추가 담보로 요구한 것이 리먼 붕괴의 결정타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이들 은행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나고 구제금융사업과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게 된다고 주장하며 자료공개를 거부해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월가(街)가 제 아무리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경쟁사의 회계부정에 대한 우려를 알려주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의 전현직 관리들은 “대형 은행이 경쟁사의 회계 내용을 중앙은행에 전달한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라는 것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17일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리먼 붕괴 이전에 발생한 회계 부정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리먼이 파산하는 과정에서  회계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크리스토퍼 도드 미국 상원 금융위원장은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관련 의혹을 조사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이날 촉구했다. 도드 위원장은 최근 불거지는 리먼의 회계조작 의혹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TF를 구성해 리먼 사태와 유사 사례가 의심되는 여타 회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